- 60년의 역사를 가진 아카데미극장은 시민 모두의 자산이다.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야 할 미래유산인 만큼 철거를 중단하고 모든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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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극장은 63년 9월 23일, 개관하고 첫 상영을 하였다고 한다. 60년을 원주의 원도심인 평원동 349-7번지에서 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 왔다. 해주 출신의 영사기사였던 정운학씨가 운영하던 4개의 극장 중 3개의 극장은 이미 흔적이 없어졌다. 마지막 남은 극장이라도 지켜내고자 마음을 낸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1월, 원주시가 매입을 완료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자연문화유산 보존캠페인에서 보존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문화재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30억 원의 국비와 9억의 도비지원이 확정되었다. 극장의 안전 등급을 보강하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해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는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원주시장이 바뀌고 아카데미극장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시민들의 '시정토론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무리한 행정절차를 통해 철거 강행이 이루어졌다.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 시민연대(아친연대)'는 지난 6월 6일 아카데미극장 앞에 '노란 텐트'를 설치하였고, 철거를 강행하는 원주시에 맞서왔다. 수차례의 대치와 폭력적인 행정집행을 거쳐 철거를 위한 가림막이 세워졌고, 지붕을 해체하는 과정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훼손, 비산되어 작업 노동자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철거가 임박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영화학회와 한국사회학회 등 28개 학술단체가 지난 4일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한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SNS '#아카데미극장을 지켜주세요' 챌린지는 수호대장들에서 시작되어 '박찬욱. 김지운, 장준환, 이명세, 변영주, 엄태화 감독, 드라마 '나쁜 엄마'의 배세영 작가와 홍석화 영화 번역가 그리고 문소리, 신수항, 한예리, 김보라, 장원영, 강말금, 차순배 배우뿐 아니라 홍성흔 부부의 지명으로 연예계와 스포츠계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5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운영자들의 참여가 이어져, 원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이제,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극장이니만큼 한국 영화의 상징을 담아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가면 좋겠다. 철거의 과정으로 진행되기는 하였지만, 보존을 하더라도 꼭 해야만 했던 석면 지붕을 걷어낸 것이니, 지금이라도 보존과 재생 과정으로 선회하면 되는 것이다.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공간이며, 우리 모두의 보물창고인 아카데미극장"을 헐어버려서는 안 된다.
서울시는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것으로, 서울 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을 '미래유산'이라 칭하고, 시민들의 참여로 발굴하고 보존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과 함께 해 온 오래된 모든 것은 낡아서 헐거나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전달해야 할 유산인 것이다.
아친 연대는 극장 보존 활동이 시작(2016.7.14.) 된 지 2625일, 텐트 운영 107일인 9월 20일, 절박한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후, '아카데미 철거 중단'과 '시정토론과 공정한 여론조사를 통한 보존 여부 결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집회 선언과 함께, 단식, 노숙농성에 돌입하였다. 더 늦기 전에, 그 젊은이들이 원주에 대한 애정과 문화적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원주시와 시민들은 빠르게 답해야 한다.
60년의 역사를 가진 아카데미극장은 시민 모두의 자산이다.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4년 임기인 시장의 정책적 판단만으로 철거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야 할 미래유산이기에 철거를 중단하고,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문화재청에 협조해 확인하고, 시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모든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아카데미극장뿐 아니라, 오래되어서 더욱 빛나고 가치가 있는 공간, 세대 간의 문화적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문화활동, 서로 존중하고 소통할 줄 아는 이웃들과 원주시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다음 세대를 꿈꾸어본다.
이현주 원주생협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