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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기사승인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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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세찬 비바람이 불더니 길가에 은행나무잎들이 미처 노랗게 물들기도 전에 앙상한 가지를 드러냈다. 계절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때론 인간사 중에도 함부로 거스르고 파괴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권이고 민주주의다. 역사 속에서 소중하게 확장하고 지켜온 권리들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허나 요즘 차가워지는 바람만큼 원주시민들에게 차갑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바로 민선8기 원강수 시장의 행정이다.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탄식이 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인사에서부터 우려가 크다. 앞다퉈 공을 세운 이들에게 전리품을 노골적으로 나눠주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들이 많다. 이미 언론에서도 여러번 지적되었고 개선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생각은 확고한 듯하다. 일부 지자체 출자·출연 공기업 임원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다. 

 시 공무원들의 공정한 승진을 위해 도입된 다면평가제도의 폐지도 일방적이었다. 비판은 잠시이고 불만은 냄비 식듯이 쉬이 가라앉으리라 판단하는 듯하다. 승진시키고 싶은 사람 승진시키는데 무엇이 문제냐라고 말하는 시장의 오만함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기세다. 그러기에 더더욱 위험은 커져만 가고 있다. 

 아카데미 극장의 철거는 또 어떠한가.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들을 모아냈고 전달했다. 십시일반 보존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도 했고, 아카데미가 보존된다면 지역 경제에 어떤 발전이 있고 효과가 있는지도 연구하여 제시하였다. 뿐만아니라 전국의 영화인들과 제작자들과 함께 아카데미 극장을 통해 문화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누군가는 소중한 곡기를 끊기도 했고 누군가는 두려움 속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저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이 마지막에 주장한 것은 철거든 보존이든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존폐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철거는 순간이었고 폭력적이었다. 아카데미가 무너지는 것이 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면들이었다.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주장하였고 반대 입장에 대해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숙의와 공론화를 통한 결정을 요구하였지만 시장은 거부하였다.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으로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들을 퇴행시켰다. 

 권력은 시장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임을 스스로 알고 있다고 말하는 시장의 이런 행동들이 바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파괴하는 행동인 것이다. 그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아카데미가 무너지듯 원주의 민주주의도 함께 무너질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우려하는 가장 큰 지점이다. 그래서 단지 우려하고 탄식하며 앉아 있을 수만 없는 일이다. 원주시민들에게는 후퇴하는 민주주의에 맞서 싸워온 저항의 역사가 있었음을 원주시장은 잊지 마시기를 바란다. 

 한 철 푸르게 피었던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들다 결국 앙상한 가지만 남는 계절이다. 정치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시민들의 비판을 새겨듣고 바꿔 나간다면, 시민들의 목소리를 거름 삼아 겨울을 이겨낸다면 봄에 다시 푸르게 피지 않겠는가. 그러나 제멋에 취해 저 홀로 푸르고자 한다면 더불어 숲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베어지고 말 것이다. 겨울의 문턱에서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것은 결코 방관하거나 침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일이다. 

조한경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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