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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치유하는 남자'

기사승인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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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 한사람이 도시를 치유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이 그를 닮으려고 하는…그래서 한 사람의 어른이 도시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 사람들은 그를 '어른 김장하'라고 부른다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바로 '어른 김장하'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방송되었다가 큰 이슈가 되어 극장판으로 상영 중이다. 경상도 진주에 사는 김장하라는 분 이야기다.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깊은 울림을 주지만 무엇보다 그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호의'와 '평등'이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경상도 남자 1944년생' 하면 바로 떠 오르는 말은 가부장적인 경상도 꼰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수백억 이상의 재산을 주변을 위해 기부해 왔지만 한 번도 돈의 쓰임새에 관해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어려운 학생을 위해 학비를 지원할 때도 공부 열심히 해라, 좋은 사람 되라…등등 아무런 말도 없이 봉투만 건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일찍이 1990년대에 여성운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 시절 이미 호주제 폐지 운동에 나서며 여성운동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기도 했다. 다수 여성들과 함께 거리 시위에 참여하는 초로의 노인, 든든한 후원자이면서도 단체 사진 중심에 한 번도 서지 않고 사진 끄트머리에 얹혀있는 듯한 모습이 바로 '어른 김장하'이다.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의 영어판 제목은 'A man who heals the city'라고 한다. '도시를 치유하는 남자'. 한 사람의 어른이 도시를 치유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이 그를 닮으려고 하는…그래서 한 사람의 어른이 도시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 사람들은 그를 '어른 김장하'라고 부른다.

 얼마 전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여기자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해서 화제가 됐다.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여성의 진출이 굉장히 낮다. 내각에는 대부분 남성만 있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이었다. 비단 정치권이나 공공기관의 보수성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이 가부장적인 꼰대로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적인 절차보다는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으며 소통과 이해보다는 이익과 성과만을 중요시하고 있다. 의사결정이 남성 권력 중심이다.

 Z 세대들은 이걸 두고 꼰대들이라고 한다.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것들에서 오래전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본 듯한 남성들의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건 비단 이 사회의 내부 구성원으로서만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인 기자의 눈에도 똑같이 비치니 말이다. 최근 많은 해외 예술가들 역시 한국 사회의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와 염려를 전한다. 

 90년대에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아들과 딸'이 생각난다. 한 명의 남자 형제를 위해 희생하는 딸들은 자기 의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한다. 정작 집안의 경제를 지탱하는 건 어머니와 딸들이지만 큰일들은 아버지와 아들만이 결정할 수 있다. 그들만의 의사 결정 구조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참석조차 할 수 없다. 이견을 내는 건 그것만으로도 불경스럽고 선을 넘는 일이다. 남성성을 그것 자체로 불경이라고 여기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지금도 80~90년대 아버지들의 세계관이 등장하면 그건 큰 문제다.

 아시아 태국·말레이시아·홍콩·인도네시아·일본·한국 등 6개국 여성 예술가들이 문막 후용리에 모였다. 그들은 전 세계적으로 등장하는 꼰대들에 대해 염려한다. 팬데믹을 경험하며 전 세계는 중앙집중적이고 소수 집단 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에 익숙해져 버렸다. 근대화와 냉전 시대의 획일적인 집단성이 되살아나는 것도 같다. 일부의 꼰대와 그를 추종하는 이들이 전 세계를 공포와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국가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아시아에서 생존해 온 깊은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6개국 여성 예술가들은 그것들을 한국 사회와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33세에서 73세까지의 여성 예술가들이 한국의 추운 겨울을 이기며 시대와 역사와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도시를 치유하는 남자'를 모든 꼰대와 혹은 자신이 꼰대가 될 수 있겠다 염려하는 이들이 관람하기를 바란다. 경험에 따르면 꼰대는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 사회 꼰대들에 대한 염려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등장하는 꼰대들이 염려된다.

원영오 연출가/극단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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