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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후대가 누릴 자긍심의 원천

기사승인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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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키우는 것, 이것은 세상의 미래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아이들을 문화가 있는 공간에서 키우고 문화가 얼마나 심오한지 깨닫게 해줘야

▲ 이필녀 한빛문화연구소 학예실장

지난 28일 오후, 원주시 지정면 자작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뮤지엄 산'을 다녀왔다. 뮤지엄 산은 일본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자연, 빛, 물과 건축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원주의 명소다.

겉면은 아름답고 따뜻해 보이는 파주석으로, 안쪽은 안도 다다오가 즐겨 쓰는 건축 자재인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져 중세의 작은 성을 연상케 하는 뮤지엄 산은 1997년 종이 박물관으로 시작해 2013년 개관한 청조 화랑과 통합하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갖추어졌다. 

뮤지엄 산은 종이 박물관, 갤러리, 명상관,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스톤가든, 제임스터넬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시관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하여 '물의 정원'이라는 말이 절로 수긍이 되었다. 검은 자갈과 맑은 물, 그리고 입구에 놓인 커다란 청사과, 이 사과를 만지면 오래 산다고 하여 오며 가며 사과를 만지는 모습도 보기 좋거니와 이 사과에는 '영원한 청춘'이라 쓰고 안도 다다오의 사인이 새겨져 있다. 

종이 박물관은 종이의 역사와 종이가 동양에서 서양으로 건너간 이동 시기, 그리고 종이로 제작한 각종 작품까지 종이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종이 박물관 천장 위에 흰 비단처럼 겹겹이 걸려 있는 하얀 전지들을 보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밭일을 끝낸 할머니께서는 큰집 뒤란 가득 심겨 있던 닥나무를 베어 껍질을 벗기고 그 껍질을 며칠이고 집 앞 도랑물에 담가 놓으셨다가 날을 잡아 큰 가마솥에 넣고 푹푹 삶으셨다. 그렇게 며칠 닥나무 껍질과 씨름을 하신 할머니는 겨울이 오기 전 구멍 뚫린 헌 문들을 떼어내 새로 만든 한지로 문을 바르고는 하셨다. 환한 문살 사이로 배어 나오던 그 불빛이 참 그립다.

미술관에는 김환기, 박고석, 황규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인지도 때문인지 젊은 관람객들이 많이 보였다.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연 전설적인 천재 백남준의 원본 작품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신라 왕릉이 모티브가 된 스톤가든은 우리 조선 팔도와 제주도를 상징해 아홉 개의 둥근 돌무더기로 펼쳐져 있다. 화려한 파주 석과 달리 돌 본연의 빛깔을 지닌 원주 귀래석으로 만들어져 오히려 웅장함을 더하고 있다. 빛과 색만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이는 제임스터넬의 작품도 눈여겨볼 곳이다.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문화 공간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마지막 코스로 명상관은 정말 필요한 곳이다. 몸과 마음 아니 영혼까지 잠시 평안함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곳, 명상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잠시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자신을 비우는 시간이라면 이곳 명상 관은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곳이다. 

원주에 뿌리를 내리고 산지 30여 년이 되어 가지만 나는 뮤지엄 산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원주는 딱히 가 볼 곳이 없다며 문화공간 부재를 많이 아쉬워했다. 혹 지인이 원주를 방문하면 단구동 토지문학공원이나 귀래 토지문화관을 동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면서 원주가 가지고 있는 박경리 선생의 이름값과 가치를 왜 더 넓히고 개발하지 않는 것인지, 그것이 왜 원주시민의 실체적인 삶과 이어지지 않는 것인지 안타까웠다. 가깝게는 평창만 해도 이효석 선생의 이름으로 평창 군민들이 누리는 문화와 경제 효과가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 컸다.

문화는 보이지 않는 자산인 동시에 우리 미래의 먹거리다. 그런데 원주에는 딱히 이렇다 할 문화공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있다고 해도 관련된 사람들이나 알음알음 알고 있을 뿐 나 같은 일반 시민들은 알 턱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이유를 들자면 홍보의 부족이 아닌가 싶다. 옛말에 "병은 소문내야 한다"라고 했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고 해도 알리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한빛문화연구소가 펼쳐가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입장료가 서민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가능한 제안인지는 모르겠으나 원주에 자리잡은 뮤지엄 산이 원주시와 협업하여 원주시민에게 좀 더 특별한 혜택으로 문턱을 좀 낮춰준다면 더욱 많은 원주시민이 뮤지엄 산을 찾을 테고 원주시민이 움직이는 홍보대사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키우는 것, 이것은 세상의 미래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라고 말한 안도 다다오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문화가 있는 공간에서 키우고, 그 아이들에게 문화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고 심오한지를 일찍부터 체험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문화야말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고, 우리 후대가 누릴 자긍심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필녀 한빛문화연구소 학예실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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