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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사는 삶

기사승인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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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토요일 오전에 어르신들을 위한 재능기부 봉사 공연을 했다. 오후엔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랑의 음악회 '별이랑 음악이랑' 공연도 진행했다. 이렇게 공연과 봉사를 할 수 있는 건 나에게 삶의 기회가 다시 주어졌기 때문이다. 

 50여 년 빵을 만들며 살아왔다. 한때는 원주에서 잘 나가는 제과 공장 사장이었다. 관내 학교와 대학병원에 빵을 납품했고, 원주 는 물론 인근 시·군까지 가맹점을 두었다. 그야말로 잘 나가는 빵집의 젊은 사장이었다.

 그러던 나의 삶은 고향인 봉평으로 귀향하며 바뀌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려 노력했고, 지역의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앞장서고 동참했다. 효석문화제, 상가번영회, 로타리클럽 등 사회단체에도 가입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귀향 3년 만에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원주의료원에서 1차 수술을 했지만, 수술이 잘못돼 국립암센터에서 대장을 47cm 잘라내는 2차 수술을 받았다. 5년 생존율 5%…. 그 후 1여 년 동안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항암의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누구보다 선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이제 어떡하지? 남아있을 가족들은?'. 그러는 사이 건강은 더욱 나빠져 75kg이던 체중이 20kg이나 줄었고, 얼굴은 항암 치료로 까맣게 변해 버렸다.

 모든 것이 끝이라 생각할 무렵 지인들이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중에도 등산이 좋다는 말을 듣고 등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운이 없어 200~300m 정도를 천천히 올랐다. 매일 조금씩 거리를 늘려 6개월 후에는 큰 산은 아니지만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조금씩 체력도 좋아지고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2007년 고향 봉평을 떠나 다시 원주로 돌아왔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쉼 없이 운동과 산행을 했다. 채식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며 음식 조절도 철저히 했다.

 서서히 건강이 회복되면서 시간이 있을 땐 장구, 북 등 난타도 배워 음악을 하는 지인들과 사물놀이 재능기부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원주 평생학습관 색소폰반 1기로 교육을 받았다. 함께 교육받는 수료생들이 주축이 되어 '소리사랑'이란 색소폰 동아리를 결성했다. 재능기부 공연으로 어르신들 또는 복지시설, 음악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오지마을 등 우리 소리사랑 팀을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그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삶에 희망과 용기를 드리고자 지금까지 200여 회 이상의 공연 봉사를 했다. 또 한편으로는 장애인 연주자님들을 모시고 '장애인 연주자와 함께하는 사랑의 음악회-별이랑 음악이랑'을 개최했다. 지난달 18일 단계동 장미공원에서 열린 공연은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매년 이 행사를 지원해 주는 (재)원주문화재단, 함께 봉사하는 소리사랑 회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20년 전 대장암으로 5년 생존율 5%였던 나의 삶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나는 지금에 나의 삶은 덤으로 주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사는 날까지 나의 소중한 가족들과 동료들,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 의미 있고 후회 없는 삶을 살리라.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일들도 많았지만 보람 있는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세상에 필요한 사람, 아니 그런 삶을 살리라 다짐해 본다.

정낙삼 소리사랑예술봉사단 단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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