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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天災)와 인재(人災)의 경계는?[장 영 인]

기사승인 200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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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영 인[한라대사회복지학부 교수]

2주 전 태풍 에위니아를 아슬아슬 빗겨가며, 회의 참석 차 대만에 갔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태평양으로부터 또 다른 태풍 빌리스가 몰려오고 있어 또 다시 큰 폭우를 만나야 했다. 한국에 비해 강우량이 2배 정도 많은 대만의 경우, 한번의 폭우가 보통 400~500mm, 심지어는 1천mm 가까이 되기도 하고, 지진 피해도 많다면서 한국을 부러워했다.

대만에 비해 태풍피해가 적은 우리나라가 이번 폭우로 폭격 맞은 것처럼 됐고 어김없이 재해원인을 둘러싸고 ‘人災’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天災’라면 모를까,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人災라고 생각되면, 그 안타까움과 분노가 더해지기 마련이다. 현대사회에서 순수한 天災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인류는 지금까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거대한 자연재해에 직면해왔으며, 이를 거듭하면서 대응기술과 대책을 발전시켜 왔다.

天災의 조짐을 미리 감지할 정도로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사전에 인지하면서도 예방책에 소홀하거나 대응에 부실했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이제 天災의 경계를 넘어 人災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과거에 비해 人災의 영역은 더 커졌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에는 인간의 노력과 기술로 예방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야만 天災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天災란 그 규모나 크기가 매우 엄청난 것을 의미할 것이다. 물론 하늘을 탓하는 것이 서로를 탓하며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보다 차라리 편할 수도 있다. 오히려 人災의 경우, 누구의 탓인지도 가려야 하고, 이를 두고 갈등과 분노도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피해를 확대시킨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영동고속도로의 급경사면 절개지이다. 이것이 터널공사 비용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이든, 과거와 다른 집중호우양상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은 건축기준 때문이든, 난개발이나 부실공사 때문이든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이 중요하다. 비싼 대가를 치루고 얻어낸 교훈인 만큼, 동일한 고통을 반복하지 않도록 후속대책에 철저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과 같은 재해 이외에도 人災의 영역은 우리의 일상생활 전 영역에 걸쳐있다. 우리가 짧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대면하는 재난이 어찌 자연재해뿐이겠는가? 불의의 사고나 질병, 가족원의 죽음, 급작스러운 파산, 힘든 인간관계 등 우리가 잘 견디어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재난은 무수히 많다. 그 중에는 운명의 힘처럼 불가항력적인 것이어서 이를 잘 수용하는 것만이 우리의 몫인 경우도 있지만, 우리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되는 ‘人災’도 무수히 많다.

즉 크게는 전쟁에서 작게는 인간관계 갈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많은 경우가 ‘人災’에 의해 비롯되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들 재난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발버둥치지만 이를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곤 한다.

어차피 하늘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동일한 잘못을 반복함으로써 고통이 반복되는 것이라면, 인간의 노력으로 이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이번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저마다 동일하지 않다. 다행히 이번 피해가 빗겨갔다면 이를 안도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 무사함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피해주민들의 고통을 기꺼이 함께 나누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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