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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손자병법의 지혜
2010년 05월 28일 (금) 09:07:55 이대호(작가) daiho35@hanmail.net
   
누군가가 느닷없이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꼭 꼬집어 한 마디로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이란 지극히 간단한 두 글자로 된 낱말 속에는 그만큼 무궁무진하고도 복잡미묘한 수많은 진리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상대방에게 무조건 베풀고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그 누군가가 정의하였다. 백 번 옳은 말이며 공감이 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님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다. 최근 어디선가 우연히 재미있는 글을 읽고 느낀 바가 컸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일방적으로 배려하고 베푸는 사랑, 그리고 그런 행위가 상대방을 크게 감동시킬 수 있으며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생각,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기에 남녀간의 사랑을 함에 있어서도 좀 지나친 비약이며 억지 같은 논리가 될런지는 몰라도 때로는 손자병법의 지혜가 필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손자 병법 ‘모공편’에 보면,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즉 적의 사정과 나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난 후에 싸움을 한다면 백 번 싸우더라도 백 번 모두 반드시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되는데 이 역시 때로는 남녀간의 사랑에도 적용되는 진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육십이 훨씬 넘은 어느 노부부가 성격 차이로 황혼에 이혼을 하게 되었다. 이혼 절차를 모두 끝낸 노부부는 이혼한 그날, 이혼 처리를 부탁했던 변호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들이 주문한 음식은 통닭이었다. 통닭이 식탁에 도착하자 남편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몹시 좋아하는 닭의 날개 부위를 찢어서 아내 할머니에게 권했다.

“자, 마지막으로 이거나 하나 들어 봐요.”

음식을 권하는 모습이 워낙 정겹고 보기가 좋아서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변호사는 어쩌면 이 노부부가 다시 화해하고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설득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할머니는 기분이 몹시 상한 표정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

"지난 삼십 년간 당신은 늘 지금처럼 그래왔어. 난 다리 부위를 좋아하는데 항상 자기 중심적이고 당신 멋대로란 말이야.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당신 단 한번이라도 나한테 물어본 적이 없다구. 정말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 이혼하는 날까지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다니…….“

그러자 아내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할아버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날개 부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라구.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삼십 년간 내가 먹고 싶어도 꾹 참고 항상 당신한테 먼저 건네준 건데 당신이야말로 이혼하는 날까지 어떻게 그렇게 나올 수가 있느냐구?‘

몹시 화가 난 노부부는 서로 씩씩대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각자의 집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집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아내가 화를 내며 했던 말이 자꾸만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었다.

‘아내의 말이 맞아. 나는 정말 한번도 아내에게 어떤 부위를 먹고 싶은가를 물어본 적이 없단 말이야.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좋아하겠거니 하고 단순한 생각만 했던 거야.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떼어내서 먼저 주어도 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본 적도 없구. 그러니 얼마나 서운했겠어. 지금도 나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함없는데…….’

이렇게 생각한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사과라도 해서 아내 마음이나 풀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곧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의 벨이 요란스럽게 울리자 아내는 휴대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는 할아버지가 보낸 전화임을 알고 아직도 화가 덜 풀린 상태여서 전화를 받고 싶지가 않아 끊어버렸다. 그런데 또 다시 연거푸 전화벨이 울리자 이번엔 아주 배터리를 빼버리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아내 역시 어제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지난 삼십 년 동안 남편이 닭의 날개부위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네. 자신이 좋아하는 부위를 나에게 먼저 떼어내 주곤 했는데, 그 마음을 알아주기는 커녕 난 항상 그때마다 뾰로통한 얼굴만 보여주었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할머니는 더 늦게 전에 사과라도 해서 섭섭했던 마음이나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할아버지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할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제 저녁에 전화를 안 받아서 화가 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전 남편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 집으로 단숨에 달려간 할머니는 손에 휴대폰을 꼭 잡고 눈을 감고 있는 남편을 한동안 넋을 읽고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살펴 보니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보내려고 찍어둔 문자 메시지가 그대로 적혀 있었다.

"미안해! 사랑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각자 자신의 생각으로만 사랑을 표현했던 노부부의 서글프고도 가슴 아픈 말로!

일찍이 손자병법의 지혜만 익히고 실천했더라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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