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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고진감래'
2008년 12월 22일 (월) 14:11:00 이대호(작가) daiho35@hanmail.net
   
▲ 이대호(작가)
오늘날,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튼튼하게 잘 지어놓은 집의 주춧돌까지 흔들릴 정도로 곤두박질을 하면서 여기저기에서 이구동성으로 다들 못 살겠다고 아우성들이다. 그러기에 매스컴은 매스컴 대로, 정부는 정부 대로 연일 경제계의 전문가들을 불러 오늘날 세계 정제의 몰락에 따른 우리의 경제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갖가지 묘안과 대책을 묻기도 하고 고심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장밋빛 묘안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약 23년 전 초가을, 난생 처음 교직원 해외연수라는 명분으로 동남아 몇 개국을 돌아볼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그때 같이 연수길에 오르게 된 일행은 28명이었다.

며칠 후, 우리 일행은 동남아 몇 개국을 거쳐 마지막으로 일본 방문길에 오르게 되었다. 직접 눈으로 본 일본의 첫인상은 한 마디로 그 당시 경제대국이란 명성과 어울리게 동경 시가지는 물론이고, 시골의 구석구석까지 눈에 띄는 곳마다 깨끗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한 번쯤은 살아볼만한 나라, 그리고 은근히 부러움마저 느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 일행이 전용 버스를 타고 일본의 이곳저곳을 돌면서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현재 일본은 경제 대국이란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그 어느 나라에 못지 않게 걸인들이 많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우리 일행 모두는 이해할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우리들의 표정을 보고 금방 눈치라도 챘다는 듯, 안내양의 자세한 설명이 다시 이어졌다.

가정 형편이 좀 어렵거나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사람, 그리고 게으른 습관 때문에 일을 하기 싫은 사람들 중에는 걸인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들어가기 위해 스스로 걸인으로 가장하여 길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락없이 붙잡혀 그들만이 살아갈 수 있는 이른바 걸인 수용소로 끌려가서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 곳에 들어가면, 외출만 엄격히 제한되어 있을 뿐, 의식주 생활 전반에 걸쳐 중류층 이상의 호화로운 대우와 복지를 누리며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당시 우리 나라의 웬만한 서민들도 쉽게 소유하지 못했던 컬러 텔리비젼, 냉장고, 세탁기, 그리고 오락이나 레저 생활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초호화 시설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제야 겨우 일본이라는 나라에 걸인들이 많게 된 까닭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와아- 그럼 나도 당장 선생 집어치우고 일본으로 건너와서 거지가 되어야 하겠는 걸.”
어느 새 일행중 누군가의 입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오자 우리는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데 요즘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 해도 어쩔 수 없는 형편에 처해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복지가 우리 나라에도 어느 정도는 보장이 되어 있음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지난 두 달 열흘 동안 지방에 있는 모 병원을 하루가 멀다 하고 부지런히 오르내린 적이 있다. 노환으로 입원해 계신 어머니의 간병 때문이었다. 간병할 가족이라고는 별로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환자들과 같이 중환자실에서 두 달 열흘간의 간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 오늘이 고비일 것 같다며 가족들을 모두 부르라는 의사의 말에 불안하고 초조한 가슴을 쓸어 안은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실로 만 59세가 된 남자 환자가 새로 들어오게 되었다.
노숙자인 그는 어느 날, 알콜 중독으로 길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을 보고 누군가가 신고를 해서 다행히 입원을 하게 되었다는 그 환자는 연고자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문병객이라고는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처지가 비록 환자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 추운 엄동설한에 따뜻한 병실에서 수시로 건강을 보살펴 주는 담당 의사가 곁에 있고, 때만 되면 어김없이 침상까지 배달되어 오는 따뜻한 밥 세 끼가 보장되어 있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어디 그뿐인가. 평일에는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젊고 아리따운 여성 복지사가 저녁 퇴근시간까지 곁에서 정성껏 간병을 하면서 온갖 심부름을 다 하고 있으며, 복지사가 퇴근을 하고 나면 간호사들이 대신 정성껏 간호를 하며 돌보고 있으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해도 우리 나라의 복지 제도도 어느 새 이처럼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기에 아직은 희망이 있으며 살만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태산을 넘고 나면 평지가 보인다’ 고 하였다. ‘고진감래’라고도 하였다. 우리 모두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이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잘 넘긴 후에는 반드시 환희의 날은 오리라고 확신한다. 그 옛날 내가 목격했던 일본의 모습 못지 않은 더욱 눈부시게 발전한 살기 좋은 우리 나라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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