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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연, 그리고 오해
2009년 09월 25일 (금) 13:17:21 이대호(작가) daiho@hanmail.net

   
▲ 이대호(작가)
전국춘추시대 제 나라 위왕 때의 일이다.

그때 주파호라는 간신이 국정을 독차지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나라의 형편은 그야말로 문란할 대로 문란해지고 엉망이 되고 말았다.

어느 날, 이를 보다 못한 위왕의 딸 우희가 마침내 왕에게 호소하게 되었다.

“파호는 속이 검고 간교한 위인이므로 그 사람이 정치에 관여하는 한, 이 나라는 절대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 나라에는 다행히도 덕망이 높은 북곽이라는 훌륭한 분이 계시니 파호 대신 그런 분을 쓰시면 좋을 듯합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했듯이, 이 소문을 듣게 된 파호는 우희를 미워한 나머지 마침내 우희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계략을 생각해 내기에 이르렀다. 우희가 북곽 선생과 난잡하고도 불미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위왕은 당장 그녀를 옥에 가두고 관원에게 그녀의 그릇된 행각에 대해 조사케 하였다. 그러나 관원들에게까지 손이 뻗쳐 있는 파호는 아무 죄도 업는 우희에게 어거지로 죄를 씌우도록 하였다. 우왕도 마침내 수상쩍게 여겨 직접 심문을 하니, 우희가 우왕에게 아뢰게 되었다.

“저는 이제까지 일편단심으로 왕을 위해 온갖 충성과 정성을 다해 왔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엔 못된 악인에게 걸려 그만 함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맹세코 저의 결백은 한사코 뚜렷합니다, 다만 저에게 한 가지 죄가 있다면 그것은 ‘외밭에 신발을 넣지 말고, 배밭을 지날 때는 갓을 매만지지 말라’ 고 말했듯이, 남이 의심할 것을 미리 조심하지 않았다는 것과, 지금은 아무도 저의 진실을 밝혀 줄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오나 이 모두가 제 자신의 미거한 소치일 뿐이옵니다. 비록 죽음을 내려 주신다 해도 더 이상 변명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꼭 한 가지 제 말씀을 들어 주십시고 간청할 일이 있습니다. 이 나라의 형편이 이토록 문란해지게 된 것은 그 모두가 오직 간악한 파호의 짓임을 알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우희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진술을 듣게 된 위왕은 비로소 악몽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그는 곧 간신 주파호를 죽이고 국정을 바로 잡게 됨으로써, 제 나라는 다시 옛날과 같은 평하롭고 안정된 나라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위의 예문을 가만히 살펴 보면 ‘파호’와 ‘우희’, 그리고 위왕과의 관계는 그들이 서로 어떤 경위로 만나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인연은 잘못된 만남이요, 악연임이 틀림없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우연이든, 필연이든 일생을 마칠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란 싫든 좋든, 그리고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가깝게는 같은 피를 나눈 부모 형제와 일가친척을 비롯하여 스승과 제자 사이, 친구와 친구 사이, 직장의 상사와 동료 사이……등,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했던가.

우리들의 만남이나 인연은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결코 그 관계를 오래오래 유지해 나갈 수는 없다. 아무리 가까운 부모 형제라 해도, 그리고 끔찍이 아끼는 금쪽같은 자식 내지는 부부, 그리고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라 해도 잠시 헤어지기도 하고, 영영 이별을 하기도 하며, 언제 어디에서 다시 만나기도 하는 일을 수없이 되풀이 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그 모든 인연과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는 허망하고도 슬픈 경험을 맞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공수래공수거!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어디 인연 뿐이랴. 재물이나 명예뿐만이 아니라 그토록 가까이 지내던 모든 인연조차도 하루아침에 훌훌 털어버린 채, 빈 손으로 말없이 떠나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이다.

우리들의 만남이나 인연이란 때로는 자신의 앞날의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만남으로 인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만남이 그토록 중요한 일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나든 상대방에 대한 예의범절과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 아닐 수 없다. 자칫 대인 관계를 잘못하다 보면 상대방으로부터 뜻밖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해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더욱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무심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내뱉은 말 한 마디와 행동이 때로는 상대방에게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큰 상처를 안겨 주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진실은 결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그리고 어디까지나 상대방을 위해서 한 말이며 행동이었다고 아무리 뒤늦게 구구한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 봐도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오해를 한다면, 이처럼 답답하고 무서운 일이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 는 말이 있다. 갓을 바로 고쳐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손이 머리 위로 올라가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얏나무 밑을 지나가다가 갓을 고쳐 쓰는 모습이 멀리 있던 주인의 눈에 띌 때는 오얏나무 열매를 따기 위한 행동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남에게 의심이나 오해를 받을 만한 일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또한 이 말은 오이 밭에서는 절대로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이야기와 서로 뜻이 상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아주 사소한 일로 인해 서로 오해를 하고 등을 돌린 채, 평생을 철천지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를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게 된다.

그런 불행한 관계를 초래하게 된 원인을 자세히 살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아주 사소한 일이 동기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금전 때문에, 그리고 단지 아무것도 아닌 아주 사소한 오해 때문에…….

그 답답하고도 불행한 관계는 비단 남남지간 뿐만이 아니라 같은 피를 나눈 부모 형제지간이나 친척, 그리고 평소에 유난히 가깝게 지내던 친구 사이에 더욱 많음을 볼 때 더욱 답답하고도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제 우리 민족 고유의 최대 명절인 추석도 불과 열흘도 채 안 남은 것 같다. 마침내 오랫동안 서로 헤어졌던 사랑하는 부모 형제, 그리고 고향의 정다운 친구들이나 친척들을 만나볼 절호의 기회가 돌아온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사소한 오해로 서로간의 만남이 왠지 껄끄럽고 어색한 사람들, 이번 추석엔 나 자신이 먼저 가슴을 열고 양보심을 발휘하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동안에 쌓였던 모든 오해를 풀어서 그 어느 해 보다 더욱 풍성하고 화목한 명절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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