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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성 답사를 다녀와서

기사승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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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온갖 정보와 관계 속에서 냉철한 시각과 판단을 갖추고 걸러낼 줄 아는 능력 있어야…

 

  지난 5월1일부터 6일까지 요동반도에 분포되어있는 고구려성을 다녀왔습니다. 한마디로 고구려 성 답사를 다녀와서 저는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그동안 호연지기를 기르는데 있어 고구려 풍류마을을 주창하고 다녔습니다만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한참을 고민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이 신나게 사진을 찍어서 밴드에 올리고 소회를 밝힐 때도 저는 무덤덤하기만 하였습니다.
 

 요녕성 박물관에서 요하문명전을 보았을 때는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마지막 날 비사성에서 당태종 이세민을 모시는 당왕전을 보고 그것이 거짓말이라는(당태종은 비사성에 오지않았다는) 설명을 듣고는 더욱 그랬습니다.
 

 그 이유는 이런 것입니다. '대국이라고 자랑하는 중국이 어째서 저런 왜곡된 짓을 서슴지 않고 벌일까? 우리가 중국 국경 내에 있는 고구려성을 답사해서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과거에 존재했던 역사의 상흔?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 당찼던 조상들의 기상을 되짚기 위해? 동북공정이 끝나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켜 버린 마당에, 이에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같은 범인이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하는 자괴감 만이 더욱 크게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요하문명전에서 동북아에 '요하'라는 강 일대에서, 특히 홍산문화는 신석기 시대부터 국가를 운영할만한 체계를 갖추었고 그것은 단순한 고대 유적지를 넘어서 인류 최초의 국가를 이룰만한 문명이 발견되어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것인데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던 중국이 그것을 자기네 조상들이 만들었다고 꿀꺽 삼켜 버린 박물관 전시장을 볼 때 암담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가와 민족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제대로 된 국가가 있었는가?' 이런 의문마저 들었습니다. 국가란 보통 영토와 국민, 주권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형태적인 요소라고 봅니다. 국가는 합법적인 폭력기구라고 보는 것이 더 본질적이라고 봅니다. 같은 민족인데도 이데올로기로 나누고 그 영토 안에서 군대와 경찰, 입법기구와 사법기구를 통해 국민을 통제하는 시스템! 그래서 국가는 큰 조폭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명이 문화로 전환되는 시기가 되기까지는 말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남북으로 갈려져 있습니다. 같은 민족인데 국가가 두 개인 나라죠. 여러 민족이 모여 국가를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 반해 같은 민족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 경우는 드물죠. 이것이 바로 이데올로기와 합법적 폭력기구로 국민을 나누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생각해봅시다! 일본이 패망할 때 미국이 왜 일본 땅을 독일처럼 나누지 않고 우리나라를 둘로 나누었을까요? 저는 그것이 한때 의문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일본을 둘로 나누고 전범들을 재판해서 정리할 것들을 정리하게 하는 것이 도리일진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를 둘로 나누고 친일파들을 다시 등용시켰습니다. 조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미국은 군국주의자인 일본의 무릎은 꿇렸지만 이제는 소련과 중국이라는 조직폭력배단체하고 겨뤄야 하는 처지라 일본을 재활용한 것입니다. 조폭 수장들이 쎈 놈 수하로 들어가는 것은 기본 상식이니까요.
 

 각설하고 국가와 민족이란 낱말은 계속 고민될 저의 화두입니다. 답사 후 우실하 선생님의 강의를 유트브로 듣고 고구려 전문가인 친구도 만나서 고민도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우울함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마하트마 간디가 "미래의 희망은 자발적이고 주체적이며 협력적이고 창의적인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려면 내 안의 마을부터 형성해야 합니다. 마음의 울타리를 잘 갖춰야 합니다. 세상과 온갖 정보와 관계 속에서 냉철한 시각과 판단을 갖추고 걸러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조용히 침잠하여 내면의 울림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같은 민족이 둘로 갈라져 있는 엄중한 현실의 역사적 맥락을 읽어내고 또 다른 이데올로기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호연지기로서 평화 통일을 이루어 내는 과정에 유연하게 대처할 울타리!를 봅시다. 흐르는 물처럼 때로는 장벽을 타고 넘고 장벽을 돌아 굽이굽이 흘러 망망대해에서 서로 만나는 희망으로 일합시다. 그것이 풍류가 아닐까요! 필요할 땐 바람을 일으키고 그 바람이 비바람이 되어 또랑물을 일으키고 그 또랑물이 강물되어 장벽을 넘어가고 돌아가듯 말입니다.

정대호 풍류마을협동조합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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