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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천, 손대지 않았으면…

기사승인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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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많은 비가 내려 원주천에 생기가 돕니다. 비 그친 아침에 걷는 원주천은 축복입니다. 일렁이는 물살에 햇살이 튕겨 스팩트럼처럼 찬란한 생기를 내뿜습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이 매우 드물다는 게 흠입니다. 장마철이 실종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를 볼 수 있는 날이 줄었습니다. 동네북이 된 기상청은 요령이 생긴 탓인지 최대치로 극한 예보를 하는데, 예보만큼 많은 비가 내린 적이 드뭅니다.
 

 제법 비가 와도 원주천 수량은 그때뿐입니다. 급속도로 수량이 줄어듭니다. 좁은 소견으로는 하천 폭을 막무가내로 넓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겠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른들 말씀에 물길은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해서 말입니다.
 

 판부면 신촌리에는 댐을 만든다고 하는데, 댐을 채울 수 있을 만큼 물이 있을지 걱정입니다. 장마철에 물을 가둬 댐을 채운다는데, 장마가 실종된 상황이니 말입니다. 관계 당국에서 복안을 갖고 있겠지만 좁은 소견으론 걱정이 앞섭니다.
 

 원주천이 지방하천에서 국가하천으로 승격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원주천을 앞으로는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게 골자더군요. 지방정부보다 중앙정부가 돈이 많으니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건 자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안전해지고, 편리성이 극대화된다면 좋은 일입니다.
 

 다만,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하천으로 승격됐지만 원주천의 주인은 원주시민이기 때문입니다. 치악산이 아버지라면 원주천은 어머니입니다. 원주시민의 젖줄입니다. 원주천이 늘 생동감 있게 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원주에서 나고 자란 중년 이상이라면 원주천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고, 얼음배를 탄 추억이 있을 겁니다. 그 소중한 추억은 고단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위태로운 삶을 지탱하는 무게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페달을 밟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 됩니다. 고향과 같은 추억이지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원주천에 물고기의 길이라는 어도가 생긴 이래 어도를 타고 상류로 오르는 물고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어도가 물에 잠길 만큼 많은 비가 내렸을 때는 가능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날은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의 날들은 어도를 간신히 적실 정도로 적은 양의 물만 흐릅니다.

 인간의 눈높이에서 어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고기의 습성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설계했겠지만 우매한 저의 눈으로는 도저히 물고기가 지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원주천에 회귀성 어종인 연어가 서식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원주천이 공사현장이 아닌 날도 별로 없었습니다. 생태하천을 만든다면서 물길을 막고, 수시로 공사 차량이 드나들고, 시멘트 구조물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게 생태하천 아닙니까? 원주천에 댐이 신설되고, 국가에서 원주천을 관리한다기에 또다시 원주천을 파헤치는 일이 벌어질까 기우에 몇 자 적었습니다. 저의 쓸데없는 노파심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곽의성(반곡관설동)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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