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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

기사승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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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적인 돌봄과 존엄한 죽음은 모두의 '인생 과제'이다. 마을 돌봄은 왕진과 함께 재설계 되어야 한다.

 

 "어머님이 대퇴골 수술 후 집에 누워만 지내면서 다리의 힘이 빠지고, 식사량이 줄었어요. 욕창도 걱정돼요. 가끔 허공을 향해 저기 저 사람이 누구냐고 소리 지를 땐 정말 불안해 보여요. 한 달 전만 해도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셨는데, 이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왕진을 요청한 중년의 딸은 불안하다. 어머님이 거동이 불편해 제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무력감을 느낀다. 병원에 모시고 가려면 응급차를 불러야 하고, 직장에서는 휴가를 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약만 처방받아 오게 된다. 이러한 대면 진료의 공백이 장기화되면, 환자의 건강관리는 부실해지고 의사의 처방도 안전하지 않다. 환자가 고령일수록 신체 상황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서, 약만 타는 비대면 진료는 위험할 수 있다.

 간호사와 함께 그 집에 왕진을 갔다. 어르신의 몸 상태를 살피고, 주요 증상과 병력을 문진했다. 약물 오남용이 있는지 모든 약통과 처방전을 정리하고, 혈액검사도 했다. 병원에 돌아와서는 대면 진료와 검사 결과에 기초해 처방을 했다. 이후 주기적으로 방문 간호를 통해 건강 상태를 살폈다. 몇 개월이 지나 보호자로부터 어르신은 식욕이 늘고, 신체 움직임도 활발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보호자인 딸과 어르신의 건강 상태 변화에 대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속적인 왕진 주치의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왕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아내를 요양원에서 집으로 퇴원시키고 싶다'는 60대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낙상으로 경추와 척추 수술을 받고, 집에서 지낼 여건이 안돼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데 왕진 기사를 보고 집에서 의사의 건강관리를 받으며 일상생활을 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퇴원 후 돌봄을 받을 여건이 안되거나, 건강관리가 어려워 요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왕진은 자신이 살던 집에서 자기 삶을 지속하게 하는 생활 속 건강 안전망의 필수 요소이다.

 한 지인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장기간 입원 중인데, 정신이 들 때면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고 한다. 다행히 그 분은 호흡과 신체 징후가 내정화되면서, 산소 처방을 받고 가정 간호와 왕진 서비스를 받는 방법을 찾았고, 집에서 평온한 임종을 준비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일상을 자신이 살던 곳에서 따뜻한 돌봄을 받으며 지낼 수 있는 마을 돌봄, 커뮤니티 케어 활동은 왕진과 함께 재설계되어야 하지 않을까. 왕진은 모두가 고립되어가는 고령사회에서 아픈 자와 돌보는 자의 삶을 살피는 '또 하나의 진료' 활동이다. 독거 사회의 고립이 깊어지지 않도록, 아픔의 인생과 돌봄의 인생은 서로 만나야 한다.

 '왕진 요청할 곳이 생겨 안심된다'며 아픈 가족을 곁에 두고 발을 동동구르던 수많은 돌보는 이들의 마음에 왕진 의사들의 발걸음을 보태어 본다. 인간적인 돌봄, 존엄한 죽음은 우리 모두의 '인생 과제'이다. 온전하게 존중받는 삶과  마지막 순간을 위해 돌봄과 왕진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밝음의원은 매주 화·수·목요일에 정기 왕진을 한다. 사전에 신청하면 날짜와 시간을 서로 정해, 의사와 간호사가 신청자의 집으로 찾아가 문진, 진찰, 검사 그리고 치료와 처방을 한다.

김종희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밝음의원 원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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