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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축제를 기대한다

기사승인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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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들어진 축제는 사람들은 한 곳에 모으고, 서로 소통하며 나아가 지역 사회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자산될 것

 5월은 계절의 여왕이면서 축제의 계절을 여는 시기이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행사들이 도처에서 개최를 알리고 있다. 전국 많은 지자체는 물론이고 자그마한 마을이라도 축제에 대한 관심은 높다. 사실 축제는 '축'이라는 말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축하하고 격려하는 좋은 의미를 갖고 있다. 잘 만들어진 축제는 사람들은 한 곳에 모으고, 서로 소통하며 나아가 지역 사회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자산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20여 년간 진행되어온 '문화관광축제'는 권장할만하다. 

 그렇게 선택된 지역별 대표 축제는 비교적 풍부한 재정 지원의 덕에 지속되고 있다. 그런 좋은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지난 3년간 전국의 문화관광축제들을 직접 관찰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속 가능한 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축제는 방문객이 아닌 축제가 벌어지는 그 고장 사람들의 삶과 혹은 뿌리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축제들이 방문객 수 늘리기에 열을 올린다. 소위 세일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지역민들은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것을 판매하는 일에 열을 올린다. 사회 구성원들의 결속과 대화의 장이 되어야 할 장소가 판매의 장소로 변질되어 지역민간 경쟁과 갈등이 노출되기 쉽다. 

 얼마 전 원주에서 열렸던 작은 축제는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기에 달력에도 표시를 했었다. 비록 굳은 날씨로 가진 못했지만, 사진으로 본 축제 장소는 그야말로 똑같은 부스가 두 줄로 배치되어 있어, 재래시장이 장소만 바뀐 모습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축제 장소는 거대한 미디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별한 장소에 특별한 체험을 하면서 다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기대한다. 온라인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정말 그 장소를 방문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체험을 기대한다. 대상이 특산물이라고 해도 그렇다. 

 AI(인공지능)를 말하고, 첨단산업을 해야만 생존한다는 외침이 곳곳에서 우리를 부추기고 있지만, 정작 해야 할 것은 기본에 있다. 얼마나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것인가? 방문객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같이 어우러져 즐길 수는 없을까? 그래서 내친김에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즐거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서로 격려하며 남과 공유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는 종종 지인들을 만나면 경기도 시흥갯골축제를 한 번 가보라고 권유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생태예술놀이터라고 했지만, 나의 편견 때문에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그야말로 다양한 놀이들은 환경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충분했다.

 자신들만 아니라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도 놀이의 장소이자 학습의 기회를 주었다. 어떤 지역이라도 환경 개선은 캠페인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더욱이 규제나 벌금처럼 야단쳐서 개선이 되는 일도 아니다. 주민 스스로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일상에서 주의를 기울이면서 실천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많은 것에서 재미를 기준으로 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은 아무리 축제 당사자가 방문객들에게 모든 것이 공짜라고 해도 공짜가 아닌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오락거리가 너무 나도 많고, 심지어 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재미라면 그 장소가 해외의 오지라고 해도 찾아 간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내 시간은 공짜가 아닌 유료인 셈이다. 

 갯골축제는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진짜(?) 놀 거리를 주겠다는 의지가 돋보인 행사다. 방문하기 전에 받은 정보는 그냥 평범한 것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놀 거리와 볼거리들을 풍성하게 준비해 놨다. 일종의 잔치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환경을 생각해서 과거 시흥에서 번성했던 저어새 모형을 가족이 모여 만들고 행진하는 것도 보기에 좋았다. 옛 염전 터를 이용해서 당시 미디어에서 눈길을 끌었던 컬링체험을 임시로 만든 소금밭에서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즐겁게 노는 보내는 모습은 정말 대견해 보였다. 

 그런가 하면 아직도 생존에 있는 염전 일을 하시던 분들이 만든 인형극은 아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말로는 쉽지만, 정말로 실천하기 어려운 세대간 소통과 문화전승의 시간을 놀이와 재미로 풀어낸 사건이었다. 

 요즘 많이들 지역축제가 지역 활성화의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적 성과가 주된 화두일 것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성과는 축제의 기본에 얼마나 충실할 것이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구문모 한라대학교 미래콘텐츠연구소 소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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