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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물점도 마트도 사라진 농촌, 만물상 트럭이라도

기사승인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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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적인 공적·상업적 생활서비스는 지역에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준)공공서비스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침 경로당을 찾은 시간은 점심 식사를 막 마쳐 갈 즈음이었다. 밥 먹으라고 막무가내로 등을 떠밀러 못이기는 척 어르신 곁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호저에 있는 경로당을 오가다 보니 모르는 어르신이 없게 됐다. 시작은 강원도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사회적기업 활성화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돼 약간의 사업비를 받게 된거다.

 농촌지역의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생기담아 협동조합의 간식도 드리고, 틔움연구소에서는 자존감 회복을 위한 마음열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런데 준비과정 중 어르신들의 생활실태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어르신들의 생활서비스 실태조사도 함께 진행 하였다. 

 모두 32명의 어르신을 면담하였다. 80% 이상이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계셨다. 점심은 대부분 경로당에 와서 식사를 하셨고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엔 주로 경로당에 와서 소일을 하였다. 외출을 하는 주 목적은 병원방문이 가장 많이 차지하였고 다음이 물품구매였다.

 이동방법은 자녀가 함께 사는 경우엔 자녀의 차량을 이용해 병원, 시장 등에 동행하거나 물품을 구매하지만 혼자 살거나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 대부분 버스나 따로 사는 자녀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주 이동수단인 버스가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고 중간에 갈아타지 않고 한번에 시내까지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태어나서 영화구경이나 무슨 음악회 같은 거 한번 가보지 못하고 여행이라곤 경로당에서 가는 단체관광이 전부지만 그것도 코로나 이후론 가보질 못했다. 시내 사는 노인들은 복지관에 가서 악기도 배우고 노래교실에 가서 노래도 배우고 춤도 배운다는데 그런건 언감생심, 경로당에서라도 문화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미장원도 없어지고, 철물점도 없어지고, 마트도 없고, 약국도 없으니 머리를 하거나 목욕탕을 가려고 해도, 음식을 준비하다 간장이 떨어져도, 체해서 소화제 하나를 사려고 해도, 전등이 나가 바꾸려 해도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데 버스는 어쩌다 있고 있어도 갈아타야 하니 너무 불편하다. 수도꼭지가 망가져도 화장실 변기가 망가져도, 텔레비전이 망가져도 사람을 부르기엔 돈이 무서워 자식이 올 날 만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나이들수록 병원 가깝고 편의시설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평생을 농촌에서 지낸 분들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학원 하나 없고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농촌엔 고령자들만이 남아 있다. 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1970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59%가 농촌에 거주했지만 2021년에는 약 19%만이 농촌에 거주한다.

 향후 30년 이내에 226개 시군구의 약 46%가 소멸위험에 있다. 2020년부터 인구가 자연감소하고 있는데 지난 2022년에만 12만4천명이 자연감소하였다. 이렇게 인구 자연감소가 심해질수록 도시와 농촌의 인구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구가 감소하면 필연적으로 생활서비스 공급도 줄어들고, 서비스 감소가 다시 인구를 줄어들게 하는 악순환이 된다는 점이다.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구유출은 지역공동체 유지가 더욱 어려워지게 되고 나아가 인구, 산업 측면에서 생활공간으로서의 지속가능성까지 위기에 놓이게 된다.

 면지역 인구가 3천 명 이하로 줄면 보건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인구가 2천 명 이하로 줄면 의·식·주 중 의·식과 관련된 식당, 제과점, 세탁소, 이·미용실 등이 폐업하기 시작해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초생활서비스의 양적, 질적 저하를 초래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월 '농촌 지역공동체 기반 경제· 사회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내년 2024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민은 국토 어디에서 살던 필요한 서비스를 큰 불편없이 누리면서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공생활서비스는 공적재원 투자를 통해 확충이 가능하지만 시장의 수요에 의해 공급이 결정되는 상업서비스는 확충이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적인 공적, 상업적 생활서비스는 지역에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준)공공서비스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법 시행을 앞두고 원주시가 농촌 지역마다 상이한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하고 민관협력을 통해 그에 걸맞는 먹거리, 의료, 주거, 생활서비스 지원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시스템 구축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용정순 사회적협동조합 틔움연구소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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