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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마을교육, PARVUS 마을학교

기사승인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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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VUS 마을학교'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것은 거대한 지식이 아니다.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마을의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만 얻어가면 족해

 

 '마을교육' 혹은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하여 내려진 정의는 다양하다. 이는 '마을교육'이라는 개념이 사전적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개념임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마을교육'에 대하여 정의한 하나의 사례를 예로 들자면 마을교육은 '학교와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도록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학부모와 시민사회가 협력하고 연대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으로 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마을의 주인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공동체'로 정의하고 있다. (출처: 부산광역시 사하구 희망교육지원센터 누리집)

 학자마다 그리고 기관마다 내리는 정의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인 요소는 '학교와 마을이 함께', '협력과 연대'라고 볼 수 있다. 많은 학교들이 택하고 있는 마을 교육의 방식은 특정 분야에 재능을 가진 학부모나 지역 사회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필자 또한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들의 학급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사회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지리를 전공한 필자의 전문성에 맞게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를 소개해주고 국기의 색과 문양이 상징하는 바를 알려준 뒤 자기만의 국기를 만들고 발표하는 수업을 구성해 보았다. 나름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수업을 진행했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수업은 실패였다. 준비해 간 수업의 절반도 못 한 것이다. 원인은 간단했다, 준비한 수업은 초등학교 1학년 눈높이에는 너무 높았고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은 오히려 형이나 오빠같은 청소년들이 쉽게 설명해 주는 수업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우산동에 소재한 진광고등학교의 'PARVUS 마을학교'는 이러한 발상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라틴어 'PARVUS'는 '작다'는 의미이다. 'PARVUS 마을학교'의 선생님들은 고등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아직 성인이 아닌 미약한 존재이고, 지식 또한 완전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로 초등학생들과의 교감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고 배우려고 한다. '가르치면서도 배운다'는 말처럼 반드시 배우는 사람만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마을학교 선생님으로 참가하는 고등학생들은 어쩌면 동생들에게서 더 큰 가르침을 얻을지도 모른다. 

 진광고등학교가 위치한 우산동은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지역이다. 이는 우산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내 많은 도시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 문제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지방소멸'은 강원도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필자가 동아리 소속 학생들과 많은 도시재생 사업지들을 돌아보면서 얻은 결론은 '지역의 미래가 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그 지역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살아 온 아이들도 떠나는 동네를 외지 사람들이 전입하도록 유도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PARVUS 마을학교'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것은 거대한 지식이 아니다.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마을의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만 얻어가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마을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을학교 선생님인 고등학생들이 동생들에게 있어서 '친절하고 재밌는 마을 선생님', '우리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선생님'으로 남았으면 한다.

임성환 진광고등학교 교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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