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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친들이 법적 부담 갖게 해선 안 돼"

기사승인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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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극장은 철거됐다. 그동안 서로에게 가졌던 감정과 불편함은 이제 불식돼야 한다. 생채기를 안고 가선 안 된다. 찬성했던 사람이나 반대했던 사람 모두가 원주를 사랑하는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 홍연희 시인.

다사다난했던 2023년의 많은 일 중 유독 아카데미극장 철거가 가장 크게 떠오르는 것은 시민들 속에 자리 잡은 아카데미극장의 추억 때문만이 아니다. 

어떤 경로를 거쳐왔든, 아카데미극장 철거가 결정되고 찬반의 소리가 요란해지고, 2023년 2월 아카데미극장 보존에 뜻있는 친구(이하 아친)들의 첫 번째 띠 잇기가 시작되며 원주의 이슈가 되었다. 2023년 3월 7일 아친 250명은 아카데미극장 보존에 대한 시정토론을 원주시에 청구하였다. 이에 '등록기준지 주소(본적지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보완하라'라는 원주시의 답변이 있었다는 것은 보도를 통해 모두가 아는 일이다. 

원주시의 주민등록번호 요청과 거부, 이에 따른 시정토론 거부가 연속되면서 갈등은 깊어져 갔다. 아친들은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8월 8일 폭력적인 시위해산 시도, 철거결재문서에 대한 내부고발,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신청 권고,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상자료원의 등록문화 재지정 요청, 시청 앞 노숙농성과 단식, 고공농성과 강제해산으로 이어지던 사태는 결국 철거로 마무리되었다'라고. 

그 후, 2023년 10월 30일 아카데미극장 철거에 관한 절차로 인한 고공농성 중이던 아친들은 강제 연행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카데미극장 철거가 시작되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남을 뻔한 아카데미극장의 흔적으로 그곳을 지날 때마다 휑한 자리가 안타깝기는 하여도 예술인의 삶을 사는 나를 비롯해 그것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아쉬움과 함께 추억 속으로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문화예술공간이 들어서길 기대한다. 

아카데미극장을 지키려던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시정토론과 여론조사였다. 조례에 정해져 있는 시민의 권리인 시정토론은 관철되지 않았고 원주시는 업무방해로 아친들을 고발했다. 현재 아카데미극장 철거와 관련 26명의 시민이 고발돼 조사를 받았고, 검찰송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검찰송치를 기다리고 있다'라는 문장이 많은 사람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고 재생하는 것이 지역의 가치를 올리고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방치 건물을 조속히 철거해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시민들의 삶의 질과 경제력 향상을 위한 생산적 안이었으므로 그 일을 위해 시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원주시에 도움이 되겠느냐를 두고 의견을 나누어야 할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극장은 철거됐다. 아친들은 철거된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고자 했던 존치의 이유를 순수했던 마음 그대로 간직하여 사회에 유익이 되는 일에 보탬이 되어주길 바라며 원주시는 약속대로 철거된 그 자리에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우리의 삶이 더 쾌적하게 변화될 수 있게 조성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동안 서로에게 가졌던 감정과 불편함은 이제 불식(拂拭)돼야 한다.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시민들의 생각은 그렇다. 아카데미극장의 철거로 인한 갈등으로 많은 부딪힘이 있었지만 이러한 생채기를 그대로 안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찬성했던 사람이나 반대했던 사람들 모두가 원주를 사랑하는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해결의 실마리로는 부족하겠지만, 고발된 아친들이 더 이상 법적인 부담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송치를 앞에 둔 아친 대부분이 20~30대 지역 청년들로 그들을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다행히도 고발 당사자 중 하나인 철거업체는 이미 12월에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고 한다. 이제, 원주시 전체를 바라보는 시정의 결정을 바랄 뿐이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정을 살피고자 하는, 언제나 시민의 편이 되어주길 바라는 원주시가 먼저 손을 내밀어 아친들을 이해와 사랑으로서 원주시민으로 품어주길 기대한다.

홍연희 시인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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