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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 확장주의에서 지역자산 기반 개발로 전환해야

기사승인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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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아젠다 세팅: 지역소멸 시기에 지역자산을 활용하는 도시개발전략 모색

'원주 아젠다 세팅'은 원주투데이와 상지대 지역정책연구소가 지역대학과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해 마련한 지면입니다. 지역대학 교수들이 자신의 학문적 지식과 관련 있는 지역사회 의제에 대해 정책 제언이나 대안을 제시하고, 공론화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매월 1회 다양한 분야의 지역의제들에 대해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심도있는 의견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 최무현 상지대 공공인재학과 교수

2023년 12월 2일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감소 상황을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도 2022년 약 5천 167만명인 우리라나 인구가 50년 뒤에는 3천 652만명으로 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감소기는 지역에 현실화되어, 2022년 3월 기준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113개가 이미 소멸위험이 크거나 소멸위험에 진입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는 현재의 도시개발전략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도시개발은 미국식의 확장주의적 도시개발 전략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우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조차도 도시 외곽의 택지개발을 통한 신도시 건설에 치중하여 왔다. 이러한 도시개발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빠른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이 있어 가능했지만, 이제 이러한 전략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유효성을 잃어가고 있다. 

첫째, 도시란 오랜 기간 역사적인 발전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성장한 '역사성'을 가진 곳이다. 따라서 한 도시의 정체성의 근간이 되는 구도심은 정치, 경제적 논리로 방치되어서는 안되며 지속적인 보존과 관리를 통해 활력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지역 밖의 거대 건설업체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개발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지역환원적이기 어렵다.

셋째, 이러한 확장주의적 도시개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과거에는 도심을 중심으로 집약적으로 형성되었던 도시구조가 현재는 도시 외곽 여러 곳의 산재한 신도시 중심으로 재편되었는데, 이는 생활권의 지나친 확대에 따른 교통비 급증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그리고 인구감소기에는 이러한 시설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도시개발 전략은 지역내의 다양한 지역자산(regional assets)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지역자산기반 지역개발'(Asset Based Community Development, 이하 ABCD) 전략이 유용하다. 이 전략은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지역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적, 물적 자산을 최대한 밝혀내고 활용하여 지역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지역개발 방식이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지역의 강점은 물론이고 낙후되고 소외된 부분으로 여겨졌던 요인들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동기유발하는 것으로 정부나 기업 등 외부의 지원보다 내부적인 역량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이다

여기에서 지역 자산은 '지역사회에 있는 개인, 조직, 기관의 기술과 역량'을 의미하며, 이를 활용하기 위해 지역자산지도(community asset map)를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공동체 자산 지도를 통해 지역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파악하면 지역 공동체 조직화의 방향과 전략을 정할 수가 있으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공동체의 자산을 크게 개인, 기관, 그리고 물리적 자산으로 구분된다.

첫째, 개인은 지역공동체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지식, 기술, 재능 등을 말한다. 둘째, 공동체의 기관에는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공공기관, 학교, 경찰, 도서관, 박물관, 종교단체, 이익집단, 사회적 기업 등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동안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결속을 다지고 경제적 기회를 포착하는데 적절하게 기여하지 못했던 기관이 있었다면 적극적인 개입을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물리적 자산은 그동안 활용되지 못했던 공간이나 사회간접자본, 자연자원 등이 포함되는데, 공터, 주거지역, 공원, 도로, 학교건물, 공공건물 등 중에서 활용되지 못했던 곳을 발굴하여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지역자산기반 지역개발을 위해서는 지역내 활용가능한 지역자산지도의 작성이 필요하다. 사진은 원주의 유형 자산인 강원감영.

원주는 역사적으로 강원감영이 있던 강원도의 핵심지역이었고, 지학순 주교, 무위당 장일순 선생, 김지하 선생 등으로 대표되는 생명운동과 협동조합 운동의 요람같은 곳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지역내에 수많은 유무형의 지역자산이 널려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권리 위에 잠을 자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따라서 지역내 다양한 지역자산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시개발전략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있다. 이것이 인구감소기를 준비하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의 방향이면서 원주만의 특장점을 제대로 살리는 특성화된 도시개발전략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한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협력적 거버넌스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자산기반 지역개발 전략은 지방자치단체의 리더십이 중요하긴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일방적인 추진만으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지역 주체에 의한 자발적인 발의와 전략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협력형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민·관·학 협의체로 이루어진 전담조직을 설치하여, 지역내 공론화 과정을 통한 지역문제의 발굴과 함께 실천적인 대안 모색을 필요로 한다.

다음으로, 이 전략의 기본 전제인 지역내 활용가능한 지역자산지도의 작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역간 차이가 크지 않은 유형의 지역자산 이외에, 창의적인 인적 네트워크, 지역에 대한 스토리텔링, 혁신적인 행정력 등의 무형 지역자산을 적극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공동체성의 회복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가 인구감소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사회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해 왔던 전통적인 공동체가 급속히 붕괴 중에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사회의 공동체 붕괴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역자산을 활용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역주체간의 신뢰에 기반하며, 자산기반 지역개발전략을 종국적으로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내 현안과 지역개발 논쟁점에 대해서 공론화하고 상호 협의하는 기구가 설치가 필요해 보이고, 지역 공동체성을 교육하고 확산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노력이 경주될 필요가 있다. 

최무현 상지대학교 공공인재학과 교수 wonjutoda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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