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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 청소년 꿈발전소

기사승인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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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청소년꿈발전소가 3월 16일 개소했다. 부론면의 중학생들이 방과후 활동을 할 수 있는 꿈자람터이다. 부론면은 원주시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며 인구가 가장 적은 농촌이다. 고령화와 공동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소멸 위험지역이다. 기초적인 주민생활서비스 인프라와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아이들보다는 노인인구가 많다보니 공공지원 시설과 프로그램은 노인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는 미미하다. 면소재지에는 학원은 물론 그 흔한 PC방도 없고, 휴게 운동시설이 전무하다. 그나마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방과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하지만 낀 세대인 중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무것도 없다. 학교와 행정과 사회의 사각지대에 고스란히 내몰려 있다. 모두의 관심 밖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고 있다.

중학생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의 시기, 인성 형성의 시기라 한다.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인성이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작은 면에 있고, 전교생이 18명밖에 안 된다는 이유로 관심 밖에 놓여 있다. 방과 후에 학생들은 거리를 배회한다. 면 소재지의 학교에서 떨어진 집까지 가는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지역사회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미래의 꿈나무들이 홀로 외로이 자신의 삶과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과연 무심하고 무책임한 사회환경의 덫을 이겨내고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몇몇 지역의 어른들이 생각을 모았다. 이들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면내에 들어서는 공공시설은 이미 용도가 정해져서 학생들에게 할애할 수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직접 만들기로 했다. 활용 가능 구옥을 리모델링하려니 견적이 1천500만 원이나 나왔다. 행정에 문의했으나, 면사무소는 힘이 없고 시청에서는 귀찮은 민원으로 취급하고 홀대만 당했다.

힘들겠지만 직접 공사하기로 작정했다. 부론성당의 신부님을 중심으로 지역의 어른들이 힘과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인과 지역단체 등을 대상으로 취지를 알리고 알음알음 후원도 받았다. 건축자재와 인력과 후원금이 모였다. 귀신 나올 듯한 오래된 건물이 어른들의 울력으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밖에는 징크판넬로 멋을 내고, 내부는 편백나무 인테리어로 향기를 내었으며, 독서대 등 집기류도 후원받아 들여놨다. 제법 놀이와 학습과 토론의 공간이 마련됐다.

지역의 어른들이 비록 전문건축가는 아니지만 각자의 기술과 네트워크를 최대한 동원하여 1·2층의 꿈발전소 조성을 완료했다. 아이들의 방과후 교육과 운영은 뜻있고 전문성 있는 어른들이 담당하기로 했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실현되는 현장이다.

개소식 날 학생들은 물론 몸으로 마음으로 후원하신 지역의 어른들이 모두 모였다. 하나같이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고 축원했다. 꿈발전소 운영담당 선생님은 인사말을 하던 중에 울먹이며 감회에 젖었다. 학생대표는 감사의 표시와 함께 잘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표명했다. 어느 학생은 공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라 한다. 내가 그 공기업에 다닌 사람이라며 명함을 주었다.

난생처음으로 명함을 받고는 엄지척하는 등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학생들이 시간을 내면 공기업탐방을 시켜주겠노라 약속했다.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학생이 “제가 20살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아마도 20세가 직장을 구하는 나이이기에 그리한 것이리라. “언제든지 연락하면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하면서 반듯한 예비 공기업 직장인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작은 농촌 면의 청소년에게서 가장 크고 밝은 꿈과 미래를 볼 수 있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청소년꿈발전소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김기업 풍류마을협동조합 이사장, 前 한국농어촌공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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