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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첫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

기사승인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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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수의 원주 문화유산 썰-원주의 구석기시대

▲ 지정면 월송리 구석기 발견 지역.

하지(6월 21일)를 지나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소서(7월 7일)가 다가온다. 원주처럼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 년 중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하지 무렵이 낮이 길다. 

원주에 첫발을 디딘 사람들도 봄에서 가을 사이, 특히 활동 시간이 긴 여름에 원주에 들어왔을 것이다. 야외에서 생활하고 자연에서 먹거리를 얻었을 그들은 겨울에는 동면하는 야생동물처럼 추위를 피할 만한 곳에서 칩거하듯 겨울을 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주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나요?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다 보면 초등학생들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어른들이 종종 물어오는 질문이다. '구석기 시대입니다.'라고 말하기에는 성의 없는 대답이다. 그런데 '(?) 만 년 전 구석기 시대입니다.'라는, (?) 에 숫자를 넣어 구체적인 답변을 하려면 고고학적인 발굴조사로 찾아진, 시기를 특정할 만한 구석기 유적이 있어야 한다. 

원주에 들어온 첫 번째 사람들을 아무도 본 적도, 그들이 남긴 기록도 없으니 정답이 없는 물음이기는 하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 일이니 적당히 둘러대도 거짓을 말한 죄로 벌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 원주에서도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굴조사를 통하여 알려졌다. 그러나 원주와 인접한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빈약하기 이를 데 없어서 원주에서 발견된 몇몇 구석기 유적만으로 원주의 구석기 시대를 이야기하기에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문화는 사람들의 이동 경로에 따라 끊임없이 지역에서 지역으로 전파된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인류가 유럽대륙을 거쳐 아시아 동쪽 끝 한반도로 이동해 왔다는 오랜 통설을 따른다면 원주와 인접한 도시에서 찾아진 구석기 시대와 원주의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활동 시기와 문화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원주에 살았던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이동한 교통로로 짐작되는 남한강 줄기에 자리 잡은 도시들의 구석기시대 유적을 살펴보면 원주에 들어온 첫 번째 사람들에 대하여 짐작할 수 있다. 

▲ 지정면 월송리 구석기 발견 지역에서 찾은 구석기.

원주에서 멀지 않은 여주시 연양동에서는 6만5천 년 이 전의 구석기 유적이, 충주 호암동에서는 약 7만5천 년 전 중기 구석기 유적에서는 찍개, 몸돌, 격지 등이 출토됐으며, 단양군 도담리에 있는 금굴에서는 전기 구석기 시대(약 70만 년 전)의 유적이 발견되었다. 

원주와 남한강으로 연결된 여주와 충주, 단양에서 살았던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남한강을 거슬러 올라갔다면 원주에도 비슷한 시기에 그 사람들이 거쳐 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단양에서 발견된 70만 년 전 전기 구석기 사람들이 험준한 소백산과 월악산을 넘지 않았으면 말이다.   

원주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남긴 흔적은 지정면 월송리와 안창리, 보통리 그리고 부론면 법천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곳은 모두 섬강과 남한강 주변이거나 지류로 연결되는데 이 지역에서 구석기시대의 표지 유물인 석기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구석기 유물의 존재는 섬강과 남한강 유역에서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한동안 머물러 살았거나 강줄기를 따라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구석기학을 전공한 고고학자들은 야외에서 석기를 찾기 위해 애쓴다. 그들이 애써 찾는 구석기는 가깝게는 1만 년 전 인류가 남긴 증거이기 때문에 작은 석기에도 환호한다. 일반인이 보기에 평범한 깨진 돌맹이가 무엇이기에 그 넓은 구릉지를 헤메고 다닐까!

석기를 깨트려 도구로 사용하는 종족은 사람이 유일하다. 사람과 비슷한 고릴라는 막대기를 이용하여 개미를 잡거나 돌을 던지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돌을 날카롭거나 뾰족하게 다듬어 도구로 사용하는 종족은 지구상에 사람이 유일하다. 지능이 가장 높은 피그미 침팬지도 석기를 만들지 못한다. 

곧 여름 방학과 휴가철이 시작된다. 자녀들과 함께 섬강과 남한강을 둘러보며 구석기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면 어떨까! 어렵지만 조금 노력을 한다면 돌을 깨트려 석기도 만들어 보고, 맨손 고기잡이도 시도해 볼만하다. 

박종수 전 원주시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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