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장미란에 대한 소원함 이제 거두어야

기사승인 2009.12.07  

공유
default_news_ad1
   
 
   
 

원주의 딸 장미란 선수가 2009 고양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세계신기록을 갱신하며 금메달을 땄다. 또 대회 MVP에 뽑히고 4연패까지 달성해서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장미란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와 명성을 전 세계에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고 한국 역도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그런데 이러한 장미란 선수의 쾌거를 만끽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녀의 고향 원주와의 소원(疏遠)한 관계 때문이다.

소원한 관계는 2007년 2월 원주시청에서 고양시청으로 소속팀을 이적(移籍)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원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섭섭한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고 또 소속팀 이적이 돈과 관련된 측면도 있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도시 원주에서 세계적 유망선수를 육성하기 어렵다는 점과 스포츠의 상업화가 보편화된 현실성 그리고 기회와 선택의 폭이 좁은 비인기 종목이란 점 때문에 그녀의 이적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만약 장미란이 계속 원주에서 운동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을까? 이적이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임으로 이제 그것을 재론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연속 제패한 장미란을 그녀의 고향 원주에서 계속 소원한 관계로 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이적 후 지난 2년여 동안 그녀와 가족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소원한 관계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잇따라 금메달을 따는 등 경기 성과가 좋기 때문만이 아니다. 장미란 선수 본인과 부모, 가족들은 이적 후에도 원주를 떠나지 않았다. 현재 필자의 집 이웃에 다가구 주택 건물을 지어 생활 근거지를 마련하고 온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특히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인간 장미란의 사람 됨됨이다. 장미란의 모범적인 훈련태도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일상생활 역시 그에 못지않다. 장미란은 지난해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사 광고 모델로 출연해 별도의 선물로 받은 수백만 원의 상품권으로 고급 스포츠화를 구입하여 원주시내 출신모교 초·중·고 후배 선수들에게 선물했다. 올 봄엔 모교인 상지여중에서 1주일간 교생실습도 했고 태릉선수촌 생활을 하면서도 한 달에 한 두 번은 원주에 내려와 부모님과 함께 교회에 출석한다. 그녀는 원주를 잊지 않고 있다.

돌이켜 보면 소원한 관계의 시작은 장미란 선수가 소속팀을 이적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론 지역 지도층의 편협한 정서가 한몫을 했다고 본다. 소속팀을 옮긴데 대한 괘씸한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난해 장미란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온 국민이 함께 축하했음에도 원주에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길거리 축하 현수막이 규정 위반이란 이유로 모두 철거되는 수난을 겪었다. 그것이 꼭 광고규정으로 처리할 일이었을까? 창피하고 후회스런 일이다.

프로 축구선수 박지성이 맨유팀(영국)으로 이적했지만 국내에서 환영을 받는 것처럼 장미란이 고양시청 소속이라고 해서 고향 원주에서 환영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지난 11월 19일 준공식을 가진 체급경기 전용 원주엘리트체육관은 장미란 선수 때문에 건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나 그녀는 초청되지 않았다. 준공식에 그녀를 초청하여 함께 테이프를 끊었다면 소원함이 상당히 해소됐을 것이다. 또 이번 세계대회 4연패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원주시청과 시내 주요거리에 몇 개 정도는 내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미란 선수는 현재 고양시청 소속이지만 소속은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그녀 이름 앞에 따라 붙는 '원주출신'이란 표현은 언제나 변함없는 자랑스러운 머리말이 될 것이다.

장미란은 내년 2월 대학(고려대)을 졸업하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스포츠 지도자의 길을 준비한다고 한다. 앞서 가까이서 지켜본 장미란의 인간성을 소개했지만 그녀가 이룬 빛나는 성과는 타고난 신체적 장점도 크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명석한 두뇌와 강인한 정신력을 꼽고 싶다. 필자는 그녀를 볼 때 여중군자(女中君子) 다운 느낌을 받는다. 장미란 선수는 앞으로 남은 선수생활에서 더 많은 전적을 쌓을 것이고 이어 선수시절의 명성과 함께 차세대 한국의 훌륭한 스포츠 지도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자랑스러운 원주의 딸 장미란에 대한 소원한 감정을 모두 걷어내고 고향의 따뜻함으로 그녀를 환영하고 축하해 주자.

권영문 전 언론인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