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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활성화, 일반시민 중심 의견공유 필요"

기사승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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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집담회, '미투에 대해 알고 싶은 다섯가지 이야기'

▲ '미투에 대해 알고싶은 다섯 가지'를 주제로 지난 10일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교육장에서 미투집담회가 열렸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이 어느덧 2달 반을 넘기고 있다. 법조계·문화예술계·정치권 중심의 폭로에서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면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화를 맞이 했다. 

그러나 서 검사의 폭로가 한국판 미투운동의 첫 사례일까? 사람들은 왜 서 검사의 미투운동에 주목하는가. 이유는 검사라는 그녀의 사회적 지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는 미투운동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다만 누구도 일반인들의 미투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이다.

서울 중심의 유명인들 사이에서는 미투운동으로 떠들썩한데 비해 원주지역은 잠잠한 분위기다. 원주는 미투운동의 청정지역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은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10일 저녁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교육장에서는 미투에 대한 원주 시민 의견을 공유하는 미투집담회가 마련됐다. '청년은 바로 지금(이하 청바지)'이 주최한 이번 집담회는 '미투에 대해 알고 싶은 다섯 가지'를 주제로 진행됐다.

별도의 발제 없이 토론자와 시민들이 원주 미투운동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으며, 성별·세대별 의견 차이를 확인하며 올바른 미투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원주 미투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 시민이 중심이 되어 미투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미투운동에 대한 생각

전우재: 미투운동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미투운동이 대북특사파견, 삼성비리 등의 사건을 덮기 위해 부풀려진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미투운동이 이보다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미투운동은 좌우 진영, 계급을 가리지 않고 한국사회에 공고히 자리 잡은 가부장적 체제를 뒤엎을 흐름이다. 촛불혁명보다 더 대단한 혁명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이희준: 미투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언론에서는 미투운동에 대해 가해자 다수가 남성, 피해자 다수가 여성이라는데 초점을 두는데 이는 젠더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성폭력은 남녀문제가 아닌 권력형 폭력이라는 본질을 봐라봐야 한다. 

일상 속 자신의 성추행 경험 

강진영: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대학생한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 장소와 입었던 옷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그때의 충격은 매우 컸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친구, 선생님 등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앓았다.

피해자임에도 조심하지 않은 내 잘못이기에 스스로 나쁜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난의 잣대가 나에게 돌아올까 두려워 참고 견뎠다. 약한 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당시 사회의 분위기였다. 이러한 일상 속 성추행은 사회생활에서도 여전히 되풀이됐다. 

박혜영: 미투운동 확산으로 사회분위기가 과거와는 달라졌지만 나는 지금도 과거 내 경험을 털어놓기가 매우 힘들다. 당시는 부모님에게조차 털어놓기 어려운 분위기였기에 피해자로서의 고통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성추행인줄도 몰랐던 일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됐다. 성폭행 피해자 대부분은 그 기억을 잊지 못해 트라우마로 평생을 고통 받지만, 가해자들은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들이기에 금방 잊게 된다.

전우재: 남성 가해자는 본인들의 행동이 성폭력이라고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 피해자의 수십 년 만의 고백에 남성들은 우습게 여기며 농담 삼아 떠든다. 이는 성별에서 남성 또한 여성보다 높은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희준: 군대나 학교 내 선후배 사이에서 동성 간 성추행은 자주 거론되어온 문제이다. 이런 행동에 대해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거나 저항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길 정도로 남성 간 성추행은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이렇듯 미투운동은 세대간, 권력간, 남녀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다.

노주비: 대학시절과 사회생활에서도 성추행 사건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당시 학과 선배나 회사 동료 등 피해자와 가해자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성추행은 평범한 사람들 내에서 일상적으로 발생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인 중심이었던 미투운동이 일반인들의 참여 확대로 더욱 지지받고 확산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 변화가 필요하다.

미투 운동의 한계와 우려점

전우재: 현재 미투운동은 피해자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는 폭로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 입증이 공적 절차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신상을 노출함으로서 대중에게 진실성과 안전성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형식의 미투운동이 필요하다. 언론에서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올바른 보도방법을 마련하고,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밝히고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박혜영: 현 사회의 잘못된 관습을 바로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남자 어른이 여자 아이를 쓰다듬는 것은 예뻐하고 아끼는 행동이라고 배워왔다. 이런 관습적인 문화와 사회분위기는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교육을 통해 이런 행동이 호의가 아님을 가르쳐야 한다.

이희준: 현재 언론은 특정 가해자를 일반 남성과 다르게 괴물화하면서 성폭력을 개인문제로 제한하는 보도의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또한, 6하 원칙의 보도형식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은 배제된 채 검찰이나 경찰 입장 위주의 보도가 이뤄지고 있다. 언론보도가 대중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

노주비: 익명으로 미투에 참여하는 피해자를 보는 시선은 대부분 꽃뱀으로 몰아가거나 허위 미투로 의심한다. 따라서 대중들은 피해자의 신상이 모두 공개되는 검증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미투 참여을 인정한다.

또한, 성범죄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돈을 요구할 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피해자는 사과는 물론이고 금전적인 보상을 받아야 할 자격이 충분하지만 이에 대해 의심하고 비난받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강진영: 강간죄 성립 기준에 대해 외국에서는 성관계 동의 여부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피해자의 저항여부를 두고 판단한다. 이는 피해자의 성폭력 입증을 어렵게 한다.

실제로 자살을 협박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성폭행을 가했던 가해자가 무죄선고 후 피해자를 맞고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현재의 법과 제도는 피해 여성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원주에서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이희준: 원주는 타 지역보다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많다. 통계를 살펴보면 전국에서 강원도가 영세사업장 여성근로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근로자는 사업장에서 1인 또는 소수로 근무한다.

따라서 직장 내 성폭력이 발생한다 해도 여성 혼자서 폭로하기 어려운 구조로 보여진다. 성폭력 피해에 대해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동성 동료가 없는 상황에서 여성 혼자 폭로하긴 어렵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특징은 미투운동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노주비: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도내 여성들이 강원도를 떠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로 사생활보호가 어려운 좁은 지역사회를 손꼽았다. 때문에 지역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도 덮고 넘어가기 바쁘다.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일들이 일상에서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

전우재: 성폭력 발생 시 공적 채널은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 피해자들은 공론화로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언론이나 사회에 신분을 노출하지만 원주에서는 공개 폭로에 보호받기가 어렵다. 이미 언론은 서울, 중앙 중심으로 보도를 집중하고 있다. 미투운동으로 공적 채널을 강화하고 보완 및 정비를 거쳐야 한다.

활발하게 전개하기 위한 노력은?

이희준: 피해자에게 발언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미투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교원양성과정에서 성평등 의식함양 수업을 개설해 학생들이 올바르게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진영: 어린 시절에 성폭행을 당할 땐 몰랐으나 이후 살아가면서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임을 깨닫는 경우가 있다. 그 당시는 사회 전체가 성폭력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다. 성폭력에 대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남성들이 미투운동에 동참하면서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미투운동 확산으로 사회적 인식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문학작품 속 성폭력 또는 성적 묘사에 대해 인지하고, 올바른 서사를 창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여성 혐오로부터 벗어나 잣대를 적용해 성역할을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전우재: 남성중심 가부장사회를 해체하고 바꿔나가는 것이 미투 해결의 본질이다. 계급 문제를 성별문제로 왜곡하지 말고 잘못된 정책과 사회구조를 탓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미투운동과 함께 불고 있는 펜스룰로 인해 여성을 회식에서 배제하는 등의 행위도 권력에 의한 차별임을 인지하고 지양해야 한다.

노주비: 일반 남성이라면 누구나 성폭행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 조심해야 한다. 특정인을 두고 배제 없이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미투운동을 이어가야 한다.

박혜영: 사회구조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남녀문제를 떠나 사람을 중심으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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