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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민의 프라이드, 아카데미 극장

기사승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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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의 문화는 어떤 역사를, 어떤 정체성을 미래 세대에게 이어갈 수 있을까? 아카데미 극장을 지켜가기 위한 노력은 원주 문화의 프라이드를 지켜가는 일과 같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현 시대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6월 28일 개봉한 한국독립영화 <너와 극장에서>를 보면, 극장이 우리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극장은 혼자 문화를 즐겨도 어색하지 않고, 영화 관람 후에는 작품을 매개로 내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또한 영화를 통해 다양한 세계관과 상상력을 '시간예술'로 만날 수 있다.

 극장에 있는 '시간'동안 우리는 온전히, 극장에서 만나는 작품 속으로 떠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현대에 온전히 내 일상을 떠나서, 다른 세계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보이는 공간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우리는 넷플릭스가 영화시장을 점유하는 시대에도 '극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카데미 극장과 아주 닮은 점이 많은 '광주극장'은 1930년대에, 광주 시내에 일본 극장들이 늘어나고 한국 문화가 사라져가자, 한국 문화를 지키고 보급하기 위해 극장주 최선진과 지역 문화인들이 함께 만든 극장이다. 극장의 규모는 지역의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광주극장의 규모를 통해 당시 한국 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지역민들의 열망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극장은 김구 선생의 시국 강연, 최승희 무용가의 공연, 창극 등 '우리문화'를 관람 할 수 있고, 한민족의 철학을 정의하고, 생산하고, 보급하는 예술학당이었다. 광주극장은 이렇게 지역민들이 가장 고통 받았던 시기에 탄생하여, 한국의 근대문화와 사회사를 담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하였다.
 

 광주문화의 프라이드는 두 가지 문화자원으로 대표된다. 첫 번째는 83주년 동안 충장로에서 862석의 지역극장을 지켜 온 '광주극장'. 두 번째는 194호째 발행되고 있는 월간 지역문화잡지 '전라도닷컴'이다. 지역의 미래세대는 '광주극장'과 '전라도닷컴'이 광주에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성장한다.

 이 두 가지 문화자원은 긴 역사를 간직한 광주의 문화공동체를 대변한다. 덕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거대 국책사업이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실험대에 올려놓아도, '광주문화'라는 상징성 있는 뿌리가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원주의 문화는 어떤 역사를, 어떤 정체성을 지역의 미래 세대에게 이어갈 수 있을까? 아카데미 극장을 지켜가기 위한 노력은 원주 문화의 프라이드를 지켜가는 일과 같다.
 

 관객들은 혼자 있고 싶은 극장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극장, 두 가지의 매력을 모두 좋아한다. 이러한 매력요소가 도시재생에서 '극장'을 중요 공간으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인데, 도심 속의 개인주의 문화가 허용하는 공동체의 모습은 극장의 관객들과 비슷하다. 도시에서 '공동체'라는 단어는 쉽게 다가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는 우리를 현대화시킨 개인주의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사람이 모이는 '방식'에 대해서만 집중해보면, 각자 영화를 관람하는 개인주의적 성향과 취향이 강하지만,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드라마의 공론장을 형성한다. 자신의 체험을 공유경험으로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극'과 '극장'의 역할이라는 것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극장'이라는 공간은 '시민+시대'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문화발원지였다.
 

 아카데미 극장 40여년의 역사와 700석 규모의 단관극장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영화 문화자원이다. 700석 규모의 단관극장에서 내가 만든 영화가 상영된다면, 700석 규모의 단관극장에서 우리가 만든 공연이 오른다면 어떤 기분일까? 지역의 역사를 간직한 대형극장은 어떤 예술가나 욕심내는 무대다. 특히나, 문화기반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이러한 대형극장이 지역의 예술학교를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다양성 있는 세계관을 예술을 통해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국내외의 현업 예술가를 지역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낸다.

이순학 문화콘텐츠그룹 잇다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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