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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운 경희한의원 원장

기사승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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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닳아 없어지는 삶' 사는 한의사

 

 "자랑할 만한 특별한 것이 없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정말 많다"며 끊임없이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 치는 김종운(62) 경희한의원 원장.
 

 1983년 원주에서 13번째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앞에 문을 연 김 원장은 현재 원주에서 진료하고 있는 한의사로는 최고참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원주에 한의원을 개원해 처음에는 환자가 없었지만 정성을 담은 그의 진료는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환자가 많아지면서 남부시장 해동아파트 상가로 옮겼고 또다시 20여 년 전 현재 위치인 대성현대아파트 입구로 확장 이전했다. 원주에서 개원해서 자리를 잡을 즈음 대구한의대에서 교수 제안도 왔었다. 후배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승낙했는데 당시 대구한의대 학내 문제가 꼬이면서 발령이 지연돼 무산됐다.
 

 그가 한의사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체력이 워낙 약해 공부하는 게 힘들었다.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싶은데 너무 힘들어 할 수가 없었다. 병원을 몇 군데나 다녀봤지만 '이상이 없다'는 소견뿐이었다. 친구가 우연히 아버지가 한의사인데 한약 한 번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한약을 먹었는데 몸이 건강해졌다. 그때부터 한의학에 매료 됐다. 그래서 한의대를 가고 싶었는데 담임교사는 입학 실적을 위해 서울대 사범대를 강력히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서울대 사범대를 응시했는데 김 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행스럽게' 떨어졌다. 그래서 가게 된 것이 경희한의대였다.
 

 1~2학년은 대학생활을 즐기다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한의학 공부를 했다. 운 좋게 근현대 한의학 역사의 산증인이자 한의학의 계승과 발전에 헌신했던 청강 김영훈 선생의 수제자인 송재 이종형 선생을 만나 2년 반 정도 매주 1회씩 공부했다. 그 기간이 김 원장에게는 한의학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환자를 만나며 가장 큰 보람은 김 원장을 만나 병을 고쳤을 때다. 불임이었던 여성이 아이를 낳고 고질병으로 고치지 못했던 병을 고쳤던 많은 사례들. 대를 이어 한의원을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수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김 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몸, 마음, 영혼의 건강이다. 마음으로 환자의 상태를 보고 교감하기 위해 마음 수련은 물론 많은 논문과 책을 읽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아름답게 떠날 권리'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김 원장이 쓴 세 번째 책이다.
 

 얼마 전에는 한의원 로비 한쪽 벽을 책장으로 만들어 몸, 마음, 영혼 주제별 책을 꽂아 뒀다. 모두 김 원장이 갖고 있던 책이다. "시민의 온전한 건강을 위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으니 고민 중이다. 몸, 마음, 영혼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김 원장.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는 김 원장의 평균 잠드는 시간은 새벽2시다. 진료가 끝나는 대로 서울에 가서 공부 모임이나 강의를 듣고 새벽에 내려오는 생활을 오래했다. 요즘은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를 보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에 남는 글귀가 많다고 한다. 김 원장은 "원주가 다른 지역에서 흉내 낼 수 없는 정체성을 확립하길 바란다"며 "생명사상을 핵심 키워드로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가로로 놓이는 씨실과 세로로 놓이는 날실이 서로 교차해 조화를 이뤄 만들어지는 평직물처럼 원주라는 공간적인 자원이 생명사상을 만나 건강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각종 단체 후원 활동과 해동아파트 내 상가를 청소년 공간인 이상한나라에 무상 임대하는 등 봉사에도 앞장서는 김 원장. 자세한 활동 내용을 묻자 "물이 고이면 썩듯이 돈도 모여 있으면 썩는다. 자연스럽게 흐르면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듯 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난 그냥 돈이 흐를 수 있게 하는 것뿐이다. 가두면 병이 나고 흐르면 건강해진다"라며 밝히기를 꺼려했다.
 

 누군가 2014년 김 원장의 생일에 활짝 웃고 있는 사진 6컷을 편집해 액자에 담아 선물하며 적은 글귀가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깨닫게 한다. '늙어 없어지는 것이 아닌, 닳아 없어지기를 원하시는 원장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2014년 5월 20일 생신날에'
 

 원주투데이를 창간 때부터 구독하고 있다는 김 원장. 23살 청년이 된 원주투데이가 있어 지역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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