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저는 원주투데이가 참 좋습니다.

기사승인 2018.10.22  

공유
default_news_ad1

- 원주투데이 창간23주년 기념 툭별기고

 

 저는 원주투데이가 참 좋습니다.
 월요일 퇴근하면서 우편함에서 원주투데이를 발견하면 집에 들어서자 마자 씻기 전에 대충 펼쳐봅니다. 지역에 누구 아는 분의 기사가 실리지는 않았는지, 혹시 제가 관련된 지역일과 관련기사는 없는지, 누가 무슨 내용으로 칼럼 글을 썼는지 등 모두 내 주변의 궁금한 일들이어서 펼쳐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끔 아내는 관련기사를 가위로 오려 벽에 붙여두기도 합니다. 자주 들리는 식당의 광고가 컬러풀하게 나온 것을 보면 빙그레 웃음도 나옵니다.
 

 반면에 매일 아침에 문 앞에 들어오는 중앙일간지는 거의 펼쳐보지도 않고 집구석에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종이신문보다 포털사이트 기사를 아침에 이부자리에서 대략 훑어보면 중앙일간지의 주요내용을 거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은 중앙신문들의 기사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 신선감이 많이 떨어지고 있지요. 조만간 저희도 그냥 쌓여만 가는 중앙일간지를 계속 구독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종이신문이 점점 사라질 것 같습니다.
 

 지금 세계는 큰 전환기에 놓여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의 기획기사를 보다가 '파괴적 혁신가(disruptor)'란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파괴적 혁신은 미국의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만들어낸 신조어입니다. 작년 한해 미국의 소매점 9천여 개가 문을 닫았고, 세계적인 장난감 대기업인 토이저러스(TOYSRUS)가 70년 만에 파산하면서 아마존 때문에 파산한 27번째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지금 아마존은 광대한 미국을 완전히 장악하여 2일 이내 물품배송과 2시간 이내 식품배달로 매년 30-40%의 급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20여년전 시애틀의 조그만 차고에서 시작된 평범한 온라인 서점이 어떻게 기존의 모든 대기업들을 무너뜨리고 화장품, 생필품, 의류, 전자제품, 식품 등 세상의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에브리싱 스토어(everything store)'로 진화하게 됐을까요? 앞으로 아마존은 모든 물류시스템 관리와 배송을 로봇과 인공지능 AI로 전환하고 모든 개인의 맞춤형 유통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제 2등 기업마저 사라진 독점적 승자독식의 무서운 중앙집중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예는 유통에만 있지 않습니다. 미디어 기업인 넷플릭스 역시 전세계 미디어를 장악했으며, 국내에서도 카카오 플랫폼 업체가 은행 및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역시 모든 정보와 뉴스를 장악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읽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집중화 현상은 IT혁명의 결과물입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1등 기업만 살아남게 했으며, 메가시티 서울로 사람과 돈이 몰려들게 했고, 프랜차이즈는 지역 업체를 대부분 문닫게 했습니다. 결국 서울과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벌어져서 최근에는 지방소멸이란 용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는 어려움에도 원주투데이가 23년을 지켜온 것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작년 무위당학교에 초청된 오원집 대표가 '창간 때부터 촌지를 거부했고, 3만원 이상 접대를 받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500여개 지역신문 중에서 유료 구독자수가 가장 많은 신문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동안 지역신문을 너무 몰랐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과 이런 건강한 가치를 지켜왔기에 황톳물처럼 휩쓸려가는 세상에서 외로운 갈대처럼 버텨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지역신문입니다.
 

 모든 것이 서울로 모여들고 있고, 모든 관심이 중앙무대에 쏠려있다고 해도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원주를 지키고 싶습니다. 그곳 서울에서는 제가 이방인처럼 객체로 머물면서 유명인들의 구경꾼으로 남지만, 이곳 원주에서는 좋아하는 주변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주인공인 주체로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1인사회로 급속히 변화하면서 외로움이 가장 무서운 사회적 병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작은 지역공동체와 지역소통입니다. 지역신문이 이런 소통의 마당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허접한 연예인, 정치인들의 가십거리에 관심 갖기보다 내 이웃의 미담에 박수치고, 주변사람들의 어려움을 함께 하고, 지역을 위해 애쓰는 청년들을 발굴하고, 많은 독서모임을 소개하고, 다양한 봉사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는 지역신문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원주투데이는 이런 일들을 그동안 꾸준히 실천한 신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원주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고, 원주투데이가 정말 고맙습니다.

황도근 무위당학교 교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