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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순 단양집 대표

기사승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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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팥죽, 콩죽과 함께한 50여 년 세월

 

"동짓날이 1년 중 가장 바쁜 날이지. 새알심도 만들어야 하고 팥도 삶아야 하고 할 일이 많아."
 

 이갑순(85) 단양집 대표의 기억으로는 원주에서 처음 죽 장사를 시작한 것 같다고 한다. 단양에서 원주로 이사와 먹고 살 게 없어 중앙시장에서 죽을 이고 다니며 팔았을 때만 해도 죽을 파는 가게도 상인도 없었다.

 "그때만 해도 중앙시장에 노점상이 많았지. 골목마다 다니면서 팥죽이랑 보리밥, 아욱죽을 주문받아 그릇에 담아 갖다 줬어. 골목 한구석에 연탄불 놓고 데워서 3천 원 정도 받았었는데 우리 여덟 가족 생계였다"고 추억하는 이 대표. 지금 49살인 막내아들이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부터 시작했으니 햇수로 50년이 다 돼 가는 셈이다.

 경제력 없는 남편을 만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 대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랐던 죽을 생각했다. 밤새 불린 팥을 새벽에 일어나 삶고 체에 거르고 팥죽을 쑤는 일이 이 대표가 평생 한 일이다. 중앙시장에서 20년 넘게 번듯한 가게도 없이 여기저기 다니며 죽 장사를 하다 1991년쯤 민속풍물시장으로 들어왔다.

 "풍물시장이 생기면서 딸이 여기서 내장 전골집을 했는데 2년 하다가 문을 닫는다고 나보고 들어와서 장사하라고 해서 오게 됐는데 평생을 이곳에서 생활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는 이 대표.
 

 처음 가게에 들어왔을 때는 천장만 있고 문도, 옆 가게와의 벽도 없었다. 이웃 가게가 내 가게 같았고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였다. 메뉴는 팥죽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닭갈비, 고갈비 등을 팔았다. 당시만 해도 지나가는 손님과 상인이 들러서 술 한 잔씩 하는 경우가 많아 자정까지 있는 건 예삿일이었다. 5평 남짓한 공간에 6명이 비집고 앉아 한 잔씩 하는 게 당시로서는 사는 재미였다.
 

 그러다 점점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고 민속풍물시장도 장날이 아니면 사람 보는 게 힘들어지면서 콩죽과 팥죽만 판매하고 있다.
20년 전부터는 다른 메뉴는 다 없애고 오직 콩죽과 팥죽만 판매하고 10년 전부터는 5일장이 열리는 날만 가게 문을 연다. 오래도록 장사를 하다 보니 허리부터 시작해 안 아픈 곳이 없기 때문. 5일에 한 번 문을 여는데도 오랜 단골손님이 많아 심심하지 않다. 이 대표와 마주 앉아 사는 이야기 하며 먹고 가는 손님도 많지만 포장해 가는 손님 발길도 꾸준했다.
 

 흔히 팥죽하면 달콤한 단팥죽을 떠올리지만, 팥죽을 달게 먹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가 아니다. 이 대표 말에 의하면 한국의 팥죽은 안 달게, 때에 따라 약간 짭짤할 만큼 소금 간을 해 먹는다. 배추김치, 물김치를 곁들여 먹을 때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전통 죽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께 사다 드리고 싶다며 이 대표가 끓인 죽을 찾는다. "프랜차이즈 죽 집이 많지만 국산 콩팥으로 전통 방식 그대로 끓인 맛과는 비교가 안 된다"며 "특별한 비법 없이 그냥 손대중으로 하는데도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니 신기하다"며 멋쩍게 웃어 보이는 이 대표. 2시간 정도 푹 끓인 죽을 먹는 손님들이 한 숟가락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는 모습이 이 대표가 5일마다 가게 문을 여는 이유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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