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방기록물관리기관 설치의 당위성

  2018년 나는 두 건의 원주관련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으로 넘기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 건은 올해 여든 두 살이 되신 최영숙 할머니가 1955년부터 2006년까지 쓴 일기와 수필집이다. 이 일기와 수필집에는 원주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50년이 넘는 날의 기후와 날씨를 비롯하여 각종 곡물의 파종과 농사 일, 일꾼들의 품삯이며 생필품 가격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귀래에서 원주까지의 차비, 한 개인이 살면서 겪어야 했던 각종 일들이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기록되어 있다.
 

 이 일기에는 담배 수매, 면장의 임관 행사, 새마을 사업, 신작로 개통 등 우리가 겪은 수많은 일들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시집가기 전 새색시의 심정, 시집가서 정착하기까지의 일화, 시집 식구들과의 정 붙이기에서 이웃과의 관계 등이 진솔하게 적혀 있다. 이 일기를 국가기록원으로 보내면서 원주지역 역사 연구의 원자료가 소실된다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소설의 소재 및 제재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 일기였다.
 

 또 한 건은 역시 나이가 같은 홍승춘 할아버지의 일지와 각종 서류다. 할아버지는 대학노트에 일지를 작성하였는데, 400페이지의 일지가 7권이나 되었다. 기록은 총 2천800페이지에 달하며, 일지 속에 붙여 놓은 사진 800여 점을 비롯하여 본인이 다녔던 일제 강점기 초등학교와 육민관 중학교 행사 사진, 새마을 지도자로 활동하다 특채 공무원으로 발령받아 활동한 각종 기록이 빼곡히 적혀 있다.

 각종 임명장이나 교육 이수증, 졸업장, 상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행정자치부 등의 공문이 시행되면 말단 행정기관은 어떻게 대처했으며, 최종 실행은 어떠한 방법으로 시행되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1999년에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기록물과 개인이나 민간사회단체가 생산한 기록자료 중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들을 보관한다는 의미이다. 기록물관리기관의 설립은 과거의 쓸모없어진 기록물을 보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공공기관의 제반활동에 따른 행위가 기록으로 남는다면 행정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공공기관의 기록물은 정책입안이나 집행의 근거가 되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도 보존된 기록물을 열람함으로써 각종 활동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개인이 작성한 각종 기록물은 후대에 기록으로 남기는 역사적 의무와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고 이 법이 제정된 후 2018년 5월 전국 최초로 경상남도 기록원이 개원하였다. 2019년에는 서울지방기록물관리기관이 개관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원도지방기록물관리기관의 개관을 서둘려야 할 이유이다.
 

 2019년 3월 4일자 원주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국보 제101호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이 고향으로 귀환한다고 한다. 환수를 위한 지역사회 단체의 관심과 노력 덕분이리라 생각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과거와의 대화는 유물, 유적과 함께 기록과의 대화이다.

 우리는 지광국사현묘탑 등 유물·유적이 생산된 현장에 있어야 된다는 당위성에 근거하여 환수를 주장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원주지역의 각종 기록은 원주 좀 더 넓게 보자면 강원도에 있어야 한다. 이 기록물들이 국가기록원으로 간다면 지방의 역사 해석을 다시 중앙에 맡기는 꼴이 되고 만다. 언젠가는 이 기록물을 다시 강원도나 원주로 환수해야 된다는 주장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