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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토지학교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기사승인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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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과 하동으로 '토지' 속 여행

  원주에 살면서 박경리 선생님과 소설 '토지'에 관하여 자세히 알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 금번 문학기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선잠을 자고 이른 새벽에 여행길에 올랐지만, 문학의 도시인 통영과 하동을 처음 여행하는 설렘 때문인지 4시간3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통영에 도착해 박경리 선생님의 묘소를 향해 올라갔다.

 봄 햇살이 내려앉은 선생님 묘소는 푸르른 통영 앞바다가 멀리 보이는 아담한 미륵 섬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참배를 하고 난 후, 선생님께서 거주하셨던 원주 단구동 옛집에서 퍼 온 흙을 함께 한 줌씩 선생님 묘소 주변에 뿌렸다. 선생님께서 원주 옛집을 추억하며 그리워하실 것을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모진 삶을 견디시고 생명을 사랑하셨던 선생님을 회고하며, 통영 박경리문학관에서 선생님의 업적과 집필 서적을 돌아보았다.
 

 오후에는 서피랑 언덕을 오르며 선생님의 생가를 돌아보고 통제영의 객사인 '세병관'을 지나 청마거리를 걸으며 유치환 시인께서 이영도 시인에게 편지를 부치셨던 통영우체국 앞 시비에 새겨있는 '행복'이라는 시를 감상하였다. 우체국 앞길을 바바리코트의 깃을 세우며 지나 다녔을 유치환 시인을 생각하니 왠지 그 거리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통영 중앙시장을 거쳐 섬진강 하동포구에 다다르니 봄바람에 윤슬이 반짝이며 낙조 전의 안식 같은 시간을 허락하였다. 저녁 무렵 평사리에 도착해서는 지리산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이 어찌나 평화롭고 아늑하던지…. 소설 '토지' 속 마을인 평사리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실제 활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건축되었는데, 토지학교 수강생인 우리들이 이곳에 묵을 수 있다니 무척 감격스러웠다.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달빛 시 낭송회' 시간에 박경리 선생님에 관한 시를 감상하니 한 여인의 애달프면서도 강인한 인생이 그려졌다. 힘겨운 세월을 문학으로 삶의 고통을 이겨내신 선생님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박경리문학공원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조별 토의 후 발표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주막장터에서 우리 13기를 위한 선배님들의 축하공연이 진행되었다. 밤 11시 숙소인 최 참판댁 사랑방에서 잠을 청하니 평사리의 밤은 피곤한 나그네들의 코 고는 소리에 고요함을 양보하며 새 날을 선물로 주었다. 
 

 날이 밝자, 고소산성을 올랐다. 경사가  심했지만, 산성에 오르니 지리산 아래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이곳은 소설 '토지' 속에 나오는 윤씨 부인의 아들 구천이가 울분을 참으며 달려온 곳이라고 한다. 아마도 속이 시원할 정도의 풍경이 위로가 되었으리라…. 고소산성에서 내려와 화개장터를 돌아보고,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편지 쓰는 시간에는 천은사 툇마루에 앉아 마치 유치환 시인이 된 기분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썼다.
 

 원주로 돌아오는길…1박 2일의 추억으로 인해 박경리 선생님의 삶과 선생님이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한 대하소설 '토지'에 관한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고 흥미로워졌다. 그리고 원주에 살면서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삶을 소설로 엮으셨던 자랑스러운 문학인 박경리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과 소설 토지학교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가져본다.

김영옥(단구동)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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