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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국·과장 밥당번이 웬말

기사승인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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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과장님 밥당번이 부담이에요. 밥당번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국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에서 갓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제기된 의견이다.
 

 '국·과장 밥당번'은 원주시의 오랜 관행이다. 국·과장 점심식사를 하위직원들이 조를 짜 대접하는 것이다. 국장 점심식사는 국장이 관할하는 각 부서에서 돌아가며 대접하고, 과장 점심식사는 계별로 돌아가며 대접하는 방식이다.
 

 원주시 공무원들에 따르면 국·과장 밥당번은 수십 년을 이어져 왔다. 그러나 실무수습 중인 공무원들까지 점심값을 동일하게 갹출하면서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국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봉급을 받는 실무수습 직원들이 훨씬 많은 봉급을 받는 국·과장의 점심값을 내야 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원주시청에 근무하는 한 젊은 공무원은 사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국·과장 밥당번 얘기를 하면 어이가 없어 한다면서 어떻게 이처럼 말도 안되는 관행이 수십 년을 이어져 왔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원주시지부에 따르면 도내 18개 시·군 중 밥당번이 유지되는 건 원주시뿐이다. 또한 출장여비를 허위로 청구해 점심값을 충당하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국·과장 밥당번 문화는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도 제기된다. 청탁금지법은 수수자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의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3만 원 이하의 음식물 제공은 허용한다. 그러나 원주시지부가 국·과장 밥당번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질의한 결과 직무 밀접성의 정도가 높아 공정한 직무집행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권익위는 회신했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국·과장 밥당번 근절을 위한 성명서를 통해 "비도덕적인 접대 관행을 버리고,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상관이 되는 것이 품격있는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점심 식사가 직원과의 유일한 소통창구라는 인식을 버리고, 소통이 목적이라면 간담회 등 다른 방식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공무원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국·과장들이 점심값을 분담하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국·과장은 여전히 밥당번을 고수하고 있다고 원주시지부는 밝혔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원활히 하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것도 일방적으로 하위직이 밥값을 지불하는 식사는 소통은 커녕 정신적·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원주시는 다방면에 걸쳐 다른 지자체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인 선진도시이다. 공직풍토 역시 앞서가는 원주시가 될 수 있도록 국·과장들의 각성과 변화가 요구된다.

원주투데이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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