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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균 구슬땀 대표

기사승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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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무실동 만들고 싶어요"

   

청소년 진학 상담하며 무실동 공동체 활성화 앞장

"아파트에 많은 분이 살지만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예요. 얼굴을 알아도 '내가 누굽니다' '당신 누구세요' 묻기가 어렵지요.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웃 간에 정을 나누기엔 삭막한 곳이 되어버렸어요."

무실동 주민 박성균(65) 씨의 말이다. 그는 10년 전 무실동 뜨란채 아파트에 입주했다. 이 아파트에는 500세대 넘는 주민이 거주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하는 이가 드물다. 콘크리트 건물처럼 인간미도 차갑게 변해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고심 끝에 이웃과 친해지기로 결심했다. 어느날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주민들에게 무료 진로진학상담을 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국어교사 30년, 진로교사 5년의 노하우를 주민들과 나누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공동체 활성화에 관심이 많았던 관리소장은 게시판에 안내문을 게재해 박 씨를 도왔다. 가족들이 모이는 저녁때 전 세대 안내방송을 송출하기도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부모들은 '진로상담'이란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박 씨는 "청소년 진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은 학부모"라며 "이웃과 친해지고자 시작한 일이었는데 아이들 진로로 고민이 많은 주민들과 짐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 씨를 찾아온 주민들은 중·고등학생 학부모가 대다수였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도 적지 않았다. 자녀들 진로·진학 걱정에 수십 명이 그를 찾아왔다. 그렇게 한동안은 뜨란채 아파트에서 진로상담 선생님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주민들과 친해지기 위해서였다. 아파트에선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졌지만 정작 가르치는 아이들의 부모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그는 진로상담을 받는 아이들의 부모에게 자신의 텃밭에서 함께 농사를 짓자고 제안했다.

스무 명에게 25평(83㎡) 씩 무상임대해 주었고 밭 가는 방법, 거름 주는 방법 등 농사 활동의 대부분을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30대 중반에서 60대 후반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처음엔 서먹했는데, 지금은 아침 식사를 같이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텃밭가꾸기 활동을 하며 '구슬땀'이란 모임도 만들었다. 구슬땀 회원들은 박 씨를 회장으로 추대하고, 2주에 한 번씩 새벽에 밭에 나가 친목을 쌓고 있다.

농사일이 끝나면 함께 해장국을 먹으며 자녀 이야기, 사는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박 씨는 "얼굴을 마주하며 진학이나 진로 이야기로 속내를 털어놓는다"며 "모임이 있는 날은 그렇게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고 말했다. 

처음 박 씨는 아파트에서 학생들에게 진로상담을 해주었다. 지금은 회원들이 전문 상담을 하고 있다. 자녀들이 진로를 결정해도 부모가 허락해줘야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씨가 유명강사들을 초청해 구슬땀 회원들에게 진로교육과 부모교육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원들은 일 년에 서너 차례 전문 강의를 받지만 수강료는 내지 않는다. 자신이 체득한 진로상담 노하우를 또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으로 수강료를 대신하고 있다. 

구슬땀 방옥련 부회장은 "박성균 선생님이 수강료 대신 재능기부 활동을 제안해 중·고등학교에서 진로·진학상담을 하고 있다"며 "무료상담을 하면서 회원들도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구슬땀 회원들은 작년 삼육중학교와 육민관고등학교에 상담을 해주었고, 올해는 태장중, 문막중, 매지초, 치악중에서 진로상담을 하고 있다. 이웃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서먹했던 이웃 관계가 이제는 제법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

구슬땀 회원 강미경 씨는 "텃밭에서 동민을 만나 자녀 이야기를 하며 서로 몰랐던 속사정을 알게 된다"며 "제 손주도 텃밭을 가꾸는데 일을 도와주면서 가족 구성원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박 씨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체험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그에 걸맞은 진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해 주고 싶은 것. 인생 후반전을 청소년 진로 개발로 보내고 싶다고 했다.

박 씨는 "인생 100세 시대, 남은 35년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다"며 "마을공동체도 활성화하고 자녀들 진로교육도 하는 구슬땀 공동체에 시민들이 많이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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