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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김종훈(21) 씨

기사승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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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오케스트라 첫 장애인 단원…장애인 공연단 꿈 꿔

   

지난 28일 열린 원주시민오케스트라 제3회 정기연주회에는 새로운 첼로 단원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은 원주시민오케스트라 창단 이후 첫 장애인 단원이자 발달장애 자폐1급을 가진 김종훈(21) 씨. 단원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활을 잡고 힘 있게 첼로를 켜는 손놀림은 전문 음악인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김 씨는 커다란 박수갈채 속에서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첫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

김 씨가 어엿한 첼리스트로 활동하기까지는 어머니 이성숙 씨의 관찰력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폐 판정을 받은 김 씨는 어린 시절부터 언어 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새로운 교육을 곧잘 따라하곤 했지만 흥미를 갖고 집중하는 활동은 찾기 어려웠다. 이 씨가 아들과 오롯이 눈을 맞추며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은 책상이나 사물을 두드리며 그만의 리듬을 만들 때뿐이었다.

이 씨는 "종훈이가 좋아하는 거라도 실컷 하게 해주자는 생각에 난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며 "책상을 마구잡이로 두드리던 아이가 북을 두드리며 리듬감과 박자감을 배워갔다"고 말했다. 아들의 재능을 찾기 위해 난타 외에도 드럼, 장구,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를 접할 기회를 마련했다.

이 씨는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아들이 혼자 즐기는 연주가 아닌 합주할 수 있는 악기를 고민하던 중 말아톤복지대단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청소년들로 구성된 스윗하모니오케스트라를 찾았다. 모자는 두 달간 경기도를 오가며 오케스트라 연습을 참관하는 노력 끝에 첼로를 시작하게 됐다. 첼로는 체격이 좋은 김 씨에게 적당한 크기의 악기였으며, 첼로가 내는 차분한 저음은 안정감을 갖게 해줬다. 특히 무대에 오를 때면 공연의 분위기를 읽고 집중하는 모습에서 소통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5분도 집중해서 앉아 있기 힘든 김 씨에게 첼로 연습은 쉽지 않았다. 초등과정 진학  당시 장애인교육시설에서 2년 간 유보 판정을 받을 정도로 케어가 어려웠던 그는 현재 청원학교 전공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클래식에 대해 전무했던 이 씨는 아들의 관심사와 특기를 살려주기 위해 매번 연습마다 지도 내용을 꼼꼼하게 메모해 김 씨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으며 끈기 있게 연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했다. 그 결과 김 씨는 매일 2시간씩 개인연습을 소화하며, 레슨과 오케스트라 연습이 잡힌 날에는 하루 일정 대부분을 첼로 연주에 집중하게 됐다.

그렇게 첫 무대를 갖게 된 김 씨는 지난 5년 간 다양한 무대에 올랐다. 서울에서 첼로 앙상블로 활동하며 각종 무대에 올랐으며, 지난 4년 간 평창뮤직&아트페스티벌에 꾸준히 서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작년에는 장애인식 개선 활동가 자격을 취득해 전국 곳곳을 누비며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서울 또는 전국을 무대로 활동했던 그는 올해 원주시민오케스트라에 합류하면서 원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비장애인과의 호흡을 맞춰보는 것이 처음인 김 씨와 어머니에게는 크나큰 도전이었다. 어머니 이 씨는 "원주시민오케스트라 첫 연습 때는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이번 첫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면서 단원들이 종훈이를 많이 챙겨주셔서 호흡하며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꿈에 대해 묻자 첼로가 되고 싶다고 답하는 김 씨는 첼로 연주에 푹 빠져있다. 이 씨는 장애인인 그가 음악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평생 즐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은 생각이다. 아들과 같은 발달장애인들 중 음악에 재능있는 친구들을 모아 공연단을 꾸리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씨는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선입견 때문에 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친구들이 융통성이 없다는 단점이 성실함이라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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