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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시민의식을 응원한다

기사승인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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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가 위기를 맞았을 때 너나 할 것 없이 떨치고 일어나 극복에 힘을 보탰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이 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 1일 일방적으로 세 가지 핵심 반도체 소재의 대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켜 일본의 기업들이 1천100여개의 상품을 한국에 수출할 때 일일이 일본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일관성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징용 당했던 사람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반도체 소재가 북한으로 유출돼 핵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다고 했다가, 일본이 생산하는 전략물자들이 한국에 수출될 경우 한국은 이 전략물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만으로도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국제규범을 완전히 거스르는 경제침략 행위라고 규정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일본이 이와 같이 근거없는 비이성적인 적대적 경제행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베정권의 참의원 선거전략설부터 일본을 넘어서려고 하는 한국경제를 주저앉히려는 전략이라는 주장, 한반도에 형성되고 있는 평화기조가 불편해 남북, 북미 간의 관계를 경색시키려는 시도라는 해석까지 다양한 추측이 있지만 어느 하나도 수출규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WTO의 일반 이사회를 통해 일본이 한국에 취한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전세계에 알렸으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WTO에 제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동시에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면서 시작된 부품소재에 대한 지나친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구매처의 다각화 뿐 아니라 국산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장기적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일본을 놀라게 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펼치고 있는 일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일본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리고 각각에 대해 어떤 국산 대체품이 있는지를 알리는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폭발적인 관심 속에 접속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원주시를 비롯한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공사업이나 관련성이 있는 민간사업 시행 시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만든 상품은 구매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 또는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감정적 대응'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적지 않은 일본의 기업인들, 정치인들 또는 언론인들은 한국의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지금까지 성공한 전례가 없으며 이번의 불매운동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 내지 희망과는 달리 이번의 불매운동은 끝을 보고야 말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우리에게는 나라가 위기를 맞았을 때 너나 할 것 없이 떨치고 일어나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던 유구하고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이 있으며 이에 더하여 지난 70년 동안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뤄낸 과정에서 다져진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일제에 의한 36년간의 식민착취와 이어진 남북 분단, 그리고 유례없이 파괴적이었던 동족상잔의 전쟁은 우리를 독재에 시달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가난을 극복했으며, 불의에 눈 감지 않고 끝까지 항거한 결과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IMF 집계에 따르면 2018년 일인당 GDP는 한국이 $31,346이고 일본이 $39,306이었다, 183개국 중 한국이 28위, 일본이 23위이다.

 민주화의 지표로 많이 사용되는 Polity IV 계수도 2017년 한국의 경우 10점 만점에 8점이라는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우리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우리는 이번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더욱 강건하게 하면서 일본을 넘어서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믿고 자랑스러워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수준 높은 시민들이다.

이태정 연세대 원주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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