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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위기 딛고 전국 정상 '상지대 소프트볼 팀'

기사승인 20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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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소프트볼협회장기 2연패…올해 전관왕 목표

   
▲ 상지대 소프트볼 팀.

선수 보강과 장비 지원은 물론, 방학기간에는 식비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당장 내일 팀 해체 발표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 암울함 속에서도 선수들은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 직접 밥을 해먹으며 운동을 계속했다. "성적으로 증명하자"며 이를 악물고 대회에도 출전했다.

선발 9명을 채우면 교체선수조차 없었다. 누구 하나라도 부상으로 뛸 수 없는 경우 경기를 그대로 포기해야 하는 상황. 온 몸은 멍투성이지만 그 누구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프트볼을 계속 하기위해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치고 던지고 달렸다. 그렇게 우승을 했다. 선수들은 마운드 위로 달려가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팀 해체 위기를 딛고 옛 명성을 되찾고 있는 상지대학교 소프트볼 팀 이야기다.

1994년 창단한 상지대 소프트볼 팀은 전국체전 5회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명문이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 19명 중에 상지대 출신이 8명이 포함될 만큼 한국 여자소프트볼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구재단이 학교를 장악한 지난 몇 년 간은 끝을 알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른 팀들이 모두 부러워한 학교의 지원은 옛 이야기가 됐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소프트볼 특기생 제도를 도입했지만 매년 4명까지 선발할 수 있는 특기생은 한 명으로 줄었고, 심지어 한 명도 선발하지 못한 해도 있었다.

선수들은 계속 졸업하는데 선수 수급은 되지 않으니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모자란 인원을 일반 체육학과 학생 2~3명을 포함시켜 채워야 했다.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한 해 같은 팀에게 연속해서 콜드게임 패를 당한 일 도 있었다.

주장 고혜빈(4학년) 선수는 "2017년 특기생으로 입학했는데, 특기생은 저 하나고 함께 입학한 친구들은 모두 일반학생이었다"며 "하루걸러 하루마다 팀 해체 이야기가 나올 때였는데 우리끼리라도 좋은 성적을 내 학교의 관심을 돌리자고 다짐하곤 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학교 재정 상황에 운동부 운영 역시 중단이 불가피해지면서 폐지 위기에 몰린 상지대 소프트볼 팀을 묵묵히 지켜 낸 이는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이후정(49) 감독이다. 2016년 부임한 이 감독은 "팀 존폐 위기에 처한 상지대가 쓰러지는 것을 소프트볼인의 한 사람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 지난달 ‘대한소프트볼협회장기’에서 대학부 2연패를 달성했다.

그 때부터 감독이자 코치로, 또 기숙사 사감, 팀 닥터, 운전기사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선수들 곁을 지켰다. 이 감독의 맏언니 리더십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을 변화시켰다.

다행히 구재단이 물러나고 학교가 정상화되면서 재정 지원도 점차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교수들도 노력하는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장학금을 지원하며, 응원을 보냈다. 원주시체육회와 원주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관심과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결과는 곧 성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31회 전국종별대회' 대학부 우승과 '대한소프트볼협회장기' 대학부 우승을 거머쥔 데 이어 지난달에는 올해 첫 전국대회인 '대한소프트볼협회장기' 대학부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지원이 넉넉하지 않아 연습용 배트만 사용하게 한 일, 20㎏ 소금 100포대를 선수들과 운동장에 뿌린 일 등을 떠올렸다. "묵묵히 따라 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고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지시만 하는 감독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큰언니 같은 감독님이 있었기에 우리가 버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 감독에 그 선수들이다.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올해는 특기생으로 3명을 선발했다"며 자랑스럽게 밝힌 이 감독은 "당장 올해 목표는 실업팀이 참가하는 전국체전을 제외하고 남은 전국대회를 모두 석권해 대학부 전관왕을 차지하는 것"이라며,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과거 상지대의 위엄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자신했다.

지난달 협회장기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고혜빈 선수도 "그 어느 팀보다 단합이 잘 되기도 하지만 해체 위기를 겪으며 선수들이 더욱 단단해진 것 같다"며 "올해가 대학 마지막 해인만큼 후배들과 꼭 전관왕을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상지대 소프트볼팀 ▷감독: 이후정 ▷4학년: 고혜빈(주장, 투수·좌익수) 조윤정(2루수) ▷3학년: 오세미(투수) 신지혜(1루수) 김수빈(중견수) 김윤서(우익수) ▷2학년: 안예린(우익수) 허나림(투수) 강현비(포수) ▷1학년: 심유진(우익수) 김나은(유격수) 최유정(3루수) 신정민(좌익수) 

김민호 기자 hana0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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