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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전면 조사하라"

기사승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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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투데이 연속기획보도: 지역사회 불평등 개선을 위한 '을의 외침'

   
▲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조사를 촉구하는 조한경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장.

작년 도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4만2천명 감소했다. 비임금근로자와 임시직 취업자가 급감한 것. 반면 실업자는 1만2천 명이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용 한파가 불어닥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 취약계층의 애환은 어느 때보다 깊을 수밖에 없다. 엄동설한 길거리에서 생존을 주장하는 '을'의 외침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① 조한경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장  
캄보디아 출신 속헹 씨는 5년 전 한국에 입국했다. 그녀는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에서 채소 가꾸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방 3개와 화장실, 샤워실 등이 갖춰진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포천에는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비닐하우스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하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에선 간경화 합병증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졌지만, 열악한 기숙사 환경이 병을 키웠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원주에서도 이주노동자 기숙사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가 외국인 노동자 기숙 시설에 대한 전면조사를 촉구하기 시작한 것. 지난 1월 말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고용노동부 원주지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조한경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장은 "포천의 사례처럼 도내에는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가 많다"며 "이들이 제대로 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지, 열악한 비닐하우스에서 기거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고용노동부 원주지청에 요구해 받은 자료에 의하면 원주엔 159개 사업장에 637명의 이주노동자가 근무한다. 제조업에서 556명이 일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농·축산업이나 서비스업 등에서도 62명이나 종사한다. 소위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까지 합하면 족히 1천 명 이상이 원주에서 생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주거 실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 배치받은 직후 고용노동부에서 딱 한 차례 모니터할 뿐이다. 점검이 끝나면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를 비닐하우스 배치하든, 시골 농막에 기숙사를 마련하든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사)함께하는 공동체 최철영 대표는 "원주는 제조업 종사자가 많아 포천과 같은 사례는 드물 것"이라면서도 "도내 전체로 보면 농업 종사자가 많아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속헹 씨 사건 이후 정부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은 이주노동자 기숙사로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주거 조사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원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관계 당국의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다만 고용노동부 원주지청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 원주지청 관계자는 "외국인이 희망하는 지역이나 업체가 있으면 사업주와 이야기한 후 우리에게 고용변동 신고를 한다"며 "외국인과 사업주 이야기를 다 듣고 신고 사항을 처리하는데 원주에선 다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주 허락이 있어야만 이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근로나 주거 여건이 열악해도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미등록노동자의 경우 당국에 적발되면 본국에 강제추방돼 더더군다나 사업주의 눈치를 봐야 한다. 사업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해도 이주노동자는 항상 '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한경 지부장은 "이주노동자가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거의 없다"며 "기숙 환경에 대한 전면조사를 통해 포천과 같은 불행한 사태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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