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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별노조의 길을 가려 하는가

기사승인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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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된 조합원들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해 바꿔나가는 것이 노동자로서 원주시청 공무원을 지키는 일이고 결국 노동자의 세상을 이루어나가는 일이라 믿는다

 BTS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몇몇 사람들은, "노래가 요란하기만 하고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며 일부 극성 팬덤이 만들어낸 문화 현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BTS가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한 지금, 그들의 성공 요인에 "가사가 좋아서"라는 반응이 있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BTS의 음악이 기존 음악과 비교해 가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 애초에 메시지가 없는 음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 원주시지부에서 조직형태를 변경, 독자 노조로 새로운 길을 가게 되었다. 이는 민주노총, 전공노와 결별을 의미한다. 지난 3개월간 격변의 시기를 겪고 난 지금,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째서 상급단체가 없는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새로이 결성하게 된 것일까? 그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주시는 2018년 이후 가입한 조합원수가 2018년 이전보다 훨씬 많다. 비교적 젊은 조합원이 많은 편인데, 이들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 못지않게 조합 활동의 효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2018년 당시, 노동조합은 댄싱카니발에 신규 직원들을 동원하는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80%만 지급하던 실무수습 봉급을 100%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이 극적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는데, 이때 가입한 조합원이 가장 많았다. 

 필자는 지난 1년 6개월간 원주시지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조합원들의 요구는 늘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다. 공정한 인사행정이 이루어져서 열심히 일하고도 승진에 배제되지 않게 해 달라,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과도한 의전을 없애 달라, 시의회가 시청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해 달라, 악성민원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캠페인을 해 달라는 요구 등 다양했다.

 조합은 그대로인데, 조합원이 달라졌다. 조합의 활동 방식은 그대로인데, 조합원들의 요구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노동조합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힘이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던 사회에서는 권력에 맞서 다소 과격한 투쟁방식도 용인되었다.

 허나, 민주사회가 성숙해가는 지금 부당한 권력과 맞부딪치던 과격한 방식은 대중의 공감을 얻기 힘들어졌다. 이에 조합원들은 연합단체 및 상급단체 탈퇴를 결의하고,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의 길을 새롭게 열었다. 민주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투쟁 방식을 새로운 세대의 조합원들이 거부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제는 세계적인 그룹이 된 BTS의 음악에 대해 여전히 누군가는, "가사도 없는 요란한 음악"이라 폄훼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비판과 상관없이 BTS의 음악은 '아름다운 가사'와 함께 세계인들의 가슴을 뛰게 할 것이다.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노동자성을 잃고 직장협의회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 우려하지만, 우리는 우리 길을 갈 것이다. 변화된 조합원들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여 바꿔나가는 것이 노동자로서 원주시청 공무원을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결국 노동자의 세상을 이루어나가는 일이라 믿는다. 우리가 개별노조의 길을 가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해승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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