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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와 토토미

기사승인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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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농복합도시 원주의 농업지역은 도시지역의 하수처리장이 돼가고 있다…그럼에도 우리는 원주가 건강도시, 문화도시, 생태도시, 협동조합 도시라고 말한다

 

 디아스포라는 특정 민족이 자의적 또는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에서 유래하였다. 유목과는 다르며, 난민 집단 형성과는 관련되어 있다. 난민들은 새로운 땅에 계속 정착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디아스포라란 낱말은 이와 달리 본토를 떠나 항구적으로 나라 밖에 자리 잡은 집단에만 쓴다. 

 유대인, 아프리카인, 아일랜드인들의 이주가 대표적인 디아스포라며 최근에는 아시아 이주노동자, 한국인 재일동포 집단도 디아스포라의 범주 속에서 연구되고 있다.

 

 건강도시와 문화도시는 공존 할 수 없을까?
 

 건강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생활환경이 뛰어나고 자연환경이 좋아 생태적으로 우수한 도시라면 건강한 문화도시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최근 우리 지역에 관한 상징적 키워드를 정리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치악산, 문화도시, 무위당, 협동조합, 복숭아, 박경리, 토토미 등을 사례로 제시하였다. 대체로 문화적이며 또한 건강한 키워드들이다.

 혹시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있는, 긍정적이고 문화적인 키워드를 제일 먼저 기억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 때문은 아닌지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다시 한번 현실의 키워드를 생각해 본다. 토토미와 축산단지, 치악산과 개발, 박경리와 댄싱카니발, 산업단지와 무법의 도로, 붉은 현수막, 노인들, 불편한 교통, 혁신도시와 구도심, 인구유입, 교통체증,  이런 것들이다.  

 이 가운데서도 토토미와 축산단지는 원주 정체성의 허실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보인다. 토토미의 브랜드화와 판로지원 등 생산을 장려하던 농업지원정책이 있는가 하면 문막토토미 주 생산지인 문막평야에 대규모로 축산허가가 나서 토토미와 가축이 함께 자라는 땅이 되고 말았다. 축산허가는 점점 늘어나 이제는 문막평야의 상당부분이 축사로 뒤덮여 악취 속에서 토토미가 자라고 있다.

 문막토토미가 미국시장에 진출해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다는 희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옆으로 축산단지가 들어섰다는 게 좀처럼 이해 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문막토토미의 생산환경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문막평야 옆으로 흐르는 섬강은 상수원보호구역이고 그 물을 끌어올려 농수로 쓰고 있다. 그런데도 축산단지가 지속적으로 들어 온다는 건 농경지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주의 다른 지역들은 강력한 축산업규제구역임에 반해, 유독 문막 평야 논들은 몇 년 전부터 축사들로 자리바꿈하고 있는데도 방치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문막평야 인근에 대학을 유치하며 치적을 자랑하던 정치인들은 다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축사에서 나는 악취들로 학생들이 공부는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는가 보다.

 도농복합도시 원주의 농업지역들은 도시지역의 하수처리장이 돼가고 있다. 축산단지가 들어서 악취에 시달리고 산업단지의 대형화물차들이 질주해 노인들은 도로를 건너기가 무섭다. 교통신호등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평화로웠던 강변은 도시인들의 차박과 오프로드 차량, 경비행기로 소음이 가득하다. 산책길은 사이클 동호인 무리들의 질주로 위험천만하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이 섬강 주변 산책로에 가득해도 치워 줄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주가 건강도시, 문화도시, 생태도시, 협동조합의 도시라고 말한다. 아니 그런 도시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멋진 도시는 아마도 도심의 일부 지역 인가 보다. 농업지역은 건강하지도, 문화적이지도, 생태적이지도 더 이상 협동적인 도시도 아니다. 

 문막평야에 들어선 축산단지들로 인근 후용리, 노림리 주변 주민들이 디아스포라 운명에 처해지고 있다. 가축들 때문에 인간이 살던 땅을 떠나 다른 곳으로 집단이주해야 할 상황이다. 

 1945년에 씌여진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은 인간들에 의해 집단화되어 착취당하는 동물들이 혁명을 일으켜 '동물농장'을 만들고 인간에게 배운 대로 인간을 착취한다는 내용이다.

 대규모 축산단지의 동물들이 주민들을 내i고 이제는 문막평야의 실질적 지배자가 되고 있다. 그리고 곧 그 동물들이 우리를 착취할 지도 모른다. 

 디아스포라는 전쟁터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의 삶이 어느 한 순간 동물농장 때문에 디아스포라가 될 수 있다.

원영오 연출가/극단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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