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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천리 무덤 주인공은 강상(江商)?

기사승인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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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수의 문화유산 썰-법천리 고분군 8

   
▲ 은섬포 일몰. 부론면 흥호리와 법천리 일원은 고대로부터 수상 교역의 중심지였다.

부론면 법천리 무덤에서 발견된 고대 국가의 왕릉급 고급 유물은 무덤 주인공의 지위와 세력을 말해 준다. 법천리 일대에 살았던 무덤의 주인공은 그의 사후 안식처인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로 보아 대단한 세력을 가진 사람으로 짐작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경제력에 비례한다. 법천리 무덤의 주인공은 어떻게 부(富)를 이루었고 그와 함께 큰 세력을 형성한 사람들은 어떤 집단이었을까? 

산업화 이전, 사람들은 지금보다 자연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자연환경에 따라 삶의 방식과 부의 규모가 결정되었다. 부론면은 남한강이 흐르고 있다. 지금 한강은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구분되지만 고대에는 한강의 본류인 남한강을 한강이라 불렀다. 고대인의 이런 인식은 조선시대 후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18세기 말 정수영(鄭遂榮)이 한강과 임진강의 명승지를 그린 그림 한임강명승도권(漢臨江名勝圖卷)의 제목에도 남한강과 북한강의 구분이 없다. 

한강은 태백에서 발원하여 정선, 영월, 단양, 충주를 거쳐 원주에서 섬강을 만나 여주, 이천을 지나 양평에서 소양강을 몸을 섞고 서울, 김포를 거쳐 강화만으로 흘러들어 바다를 만난다. 한강은 한반도 중심 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강이다. 한강은 선사시대부터 쉼 없이 이곳저곳 새로운 삶터를 찾아 이동했던 사람들에게 중요한 교통로였다. 서해안에서 한강을 거슬러 올라온 사람들이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이후 수 만 년이 흐른 뒤, 한반도 중심부의 고대인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길, 수상 도로였다.

수상교통뿐만 아니라 원주는 한반도의 대동맥과 같은 한강과 크고 작은 육로가 만나는 교통의 결절지(結節地)이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이전 사람이 필요한 자원들은 실핏줄 같은 육로를 통해 한강의 큰 포구 은섬포로 모여 개성과 서울로 운반되었다. 은섬포가 있는 부론면 흥호리와 법천리 일원은 고대로부터 물자가 오가는 수상 교역의 중심지였다. 고려시대에 접어들어 은섬포 부근에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쌀을 보관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운영한 창고를 세워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12 조창(나중에 13 조창으로 확대) 중 하나인 흥원창(興原倉)이다. 

조창 제도를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국가에서 교통권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고려시대까지 바다와 강의 주요 교통 요충지는 그 지역의 세력가들이 장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바다와 강을 이용한 수상교통은 육로를 이용한 육상교통과 비교할 수 없이 규모가 컸다. 사람들이 걸어 다녔던 육로는 봇짐을 지거나 수레로 운반하였기 때문에 물량이 적었다. 그러나 배에는 수 백석의 쌀을 실었기 때문에 육상 운반과 규모가 달랐다. 고려시대 흥원창에는 쌀 200석을 실을 수 있는 배 21척을 배치하고 운영하였으니 육로에서 운영하는 어떤 수레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였다. 

고려시대 흥원창을 설치하고 국가에서 물류 운반을 직접 주관하기 이전 부론의 지방세력가들은 한강의 물길을 이용한 교통수단을 장악하였을 것이다. 부론면 일대의 세력가들은 큰 배를 건조하여 강에 띄우고 사람과 물자들을 운반하는 강상(江商)으로 큰 부를 얻었을 것이다. 백제가 한성에 도읍을 정하고 한강 중상류 지역으로 진출하기 시작하였을 때 강길을 장악한 세력은 바로 부론지역의 강상들이었을 것이다.

백제 왕실에서 한강이 흐르는 한반도 중부지역은 꼭 필요한 땅이었다. 백제뿐만 아니라 고구려와 신라 왕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반도 중부, 실핏줄 같은 육로와 대동맥 한강이 만나는 수상 교역의 중심지 부론은 고대 한반도 왕실에서 차지하고 싶은 땅 1 순위였을 것이다. 

따라서 백제 왕실에서 금동신발과 중국제 도자기, 청동 초두 같은 귀한 물건을 선물 받았던 법천리 무덤의 주인공은 부론에서 강상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고 지배적인 세력을 이루었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박종수 전 원주시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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