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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수난시대

기사승인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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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에 걷고 싶은 가로수길이 있고, 나무와 그늘이 드리워진 마을 쉼터에서 편안한 안식을 취할 공간들을 더 요구하는 웰빙시대로 바뀌었다

 

 2023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위험보고서'에선 향후 10년 동안 지구적으로 다가올 위험요소 32개를 소개했다. 이 중 1~4위는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실패, 자연재해 및 극단적인 기상현상, 생물다양성손실 및 생태계 붕괴였다.

 한국도 올 3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나무와 숲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천700만 톤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와 도심의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가로수가 단순한 도시의 장식품이 아닌 것이다. 

 15년 이상 아름답게 조성된 원주의 대표적인 벚나무길이 도로확장으로 속절없이 잘려나갈 것이란 소식을 듣고 '언제까지 이런 도로정책을 보고 있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원주 전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중앙동 문화의거리는 나무 하나 보이지 않는다. 교육청길 벚나무도, 명륜초교길 은행나무도 사라졌다. 작년에는 강변의 세경아파트 앞길이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강변쪽 벚나무가 다 베어졌다. 행구동 살구나무뚝 마을에는 바람숲길 사업으로 애먼 가로수를 교체했다.

 매년 봄철마다 이루어지는 가로수 가지치기는 흉측한 '닭발 가로수' 거리로 만들고 있다. 반면에 청주시는 플라타너스길, 담양의 메타세퀘이아길 등을 조성해 가로수로 도시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가로수는 회색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도시 이미지를 탈바꿈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원주는 고구려 때 평원군, 신라시대에는 북원경으로 불리는 등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도시 대부분이 폐허가 됐다. 불도저로 만든 A·B·C도로 위에 원주의 모습을 우리의 부모님들께서 차곡차곡 만들어 왔고 우리는 그 속에서 자라왔다.  

 그런 하나하나의 이야기와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다. 역사라는 것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새로움을 덧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근대화 과정 속, 가난을 떨치기 위해 빠른 개발을 추구했던 시대 기조가 이제는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웰빙시대로 바뀌었다.

 동네에 걷고 싶은 가로수길이 있고, 나무와 그늘이 드리워진 마을 쉼터에서 편안한 안식을 취할 공간들을 더 요구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와 닥쳐올 기후재난은 도로의 넓이와 자동차가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으며, 삶을 풍요롭게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이는 더이상 가로수를 훼손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이지 아닐까? 

 2020년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도시숲법)'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보면 '제1조(목적) 이 법은 도시숲 등의 조성ㆍ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국민의 보건ㆍ휴양 증진 및 정서 함양에 기여하고, 미세먼지 저감 및 폭염 완화 등으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변재수 사회적기업 노나메기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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