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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 봄'은 언제 오시려나?

기사승인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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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억 원의 시비가 있으면 가능했던 아카데미극장을 부수고, 야외공연장을 짓는데 16억5천만 원을 투입…잘못된 행정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일까

 따사로워진 봄햇살은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를 녹였고, 땅속에 자고 있던 생명의 싹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또한 산수유,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이 찾아왔음을 알린다. 4월이 되면,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벚꽃들이 서로 생김과 몫이 달라도,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연두빛 산을 꽃으로 수놓을 것이다. 계절은 봄으로 들어섰지만, 상식과 원칙이 없는 어수선한 세상 속에서 우리 마음의 따사로운 봄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지난 해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65일 만에 1천300만 관객이 넘어서며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0.26사건 이후,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역사에 기반했기에 결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참여한 배우들의 연기력과 당시 군 내부의 긴박했던 대치상황을 잘 드러낸 상당한 몰입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영화를 본 2030세대들은 "정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이야?" "저게 실화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서울의 봄'은 18년간의 박정희 장기집권이 끝나고, 유신체제가 붕괴한 후,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신군부에 의해 무참히 짓밟힐 때까지 민주화의 열망이 가득했던 기간을 일컫는다.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의 봄'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유신독재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되찾고 싶었지만,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로 인해 잠깐의 봄으로 끝났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은 1987년 6월항쟁으로, 또 촛불혁명으로 우리의 역사 속에서 이어져오는 것이다.  

 암울하던 1970년대,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던 원주! 2022년 지방선거로 시장과 시의회 구성의 비율이 바뀌었다. 그 후,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은 묵살당했으며, 아카데미극장 철거과정에서 용역업체까지 동원한 행정의 폭압적인 모습을 보았고, 시민들의 참여와 교육 공간이었던 센터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원주시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던 의미있는 공간들을 갑자기 빼앗긴 것이다. 

 아카데미철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보공개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원주시 그리고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시 집행부를 견제하며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해야할 시의회는 시장의 의도대로 표대결로만 밀어붙여 불통행정의 전형이 되었다. 지난 봄, 시의회 앞에서, 원주시장은 '돈이 없어 보존할 수 없다' '다른 곳에도 돈이 많이 필요하다' 고 예산부족으로 인한 결정이라고 항의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이야기했다. 

 그 후, 아카데미극장 보전운동에 10만 명이 보존지지서명으로 참여하였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영화인들이 함께 하면서, 철거를 강행하는 원주시를 향해 '공개 토론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자고 외치며 뜨거운 여름과 치열한 가을을 보냈다. 그러나, 시민들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아카데미극장은 10월 31일에 완전 철거되었다. 또한, 원주시는 철거반대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고소하여, 현재 검찰에 24명이 송치된 상황이다. 

 지난 3월 15일, 시의회 앞에서는 또다시 아카데미극장에 대한 시민행동으로 항의집회가 있었다. 6억5천만 원이었던 아카데미극장활용에 대한 예산을 10억을 증액하여 16억5천만 원으로 2,5배 증액하는 의안 결정을 하는 의회방청을 신청했으나, 시의장 명의로 불허하였기에, 항의집회가 열린 것이다. 이번에도 예산 산출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고, 다른 의견을 내는 야당 소속 의원들의 의사는 묵살된 채 또 표대결로 통과시켰다.

 철거에 들어갈 예산을 담당자의 잘못된 산출로 인해, 추가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철거를 밀어붙이기 위해 예산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한다. 결국 근대문화유산으로의 가치를 지닌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는데, 21억의 시비가 있으면 가능했던 것을 부수고, 야외공연장을 짓는데 16억5천만 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잘못된 산출로, 시민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 기회도 놓쳤는데, 잘못된 행정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하는 것일까? 참으로 답답하다.

 지난 겨울, 암담한 마음으로 지나던 평원로에 있던 한 주유소의 현수막 글귀가 생각난다. "춥고 암울한 겨울이 아무리 길게 이어져도 봄은 반드시 찾아온다" 

이현주 원주생협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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