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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선양을 다루는 문화적 시선

기사승인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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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는 전략을 아침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전략은 지속되고 유지되어야 할 방향성 같은 것이기에 지역의 역사 인물을 다루는 문화인식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원주시는 2018년 원주의 주요 역사 인물 선양을 위한 동상 건립 계획에 따라 제일 먼저 운곡 원천석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 그런데 건립 위치가 중앙도서관 옆 공원이어서 몇몇 심의위원분들께 "그곳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지만, 결국 그 자리에 세워지고 말았다.

 운곡 동상은 역사 인물을 선양하기 위한 기념물이다. '기념물은 과거사에 대한 집합적 해석이 형상화된 문화적 상징물로서 특정한 공간 내에서 역사 인식을 반영한다'고 한다. 따라서 운곡 원천석 동상이 갖는 의미는 원주 역사 인물을 선양하는 문화적 상징으로서 역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기념물이 기억되는 방식과 의미도 건립 주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운곡 동상 위치는 주민의 집합적 의사가 아닌 관주도로 추진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근 또다른 이유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동상을 건립해 지역 인물을 선양하려 했던 당초의 전략은 실패했거나 가볍게 다뤄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문화는 전략을 아침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전략은 지속되고 유지되어야 할 방향성 같은 것이기에 지역의 역사 인물을 다루는 우리들의 문화 인식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한 사회의 높이를 가늠할 때는 문화나 철학이나 예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혹은 어떤 대접을 받는지를 보기도 한다. 그것은 높은 단계의 시선은 그 시선을 가진 것 자체로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에 의해 그것이 사회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화를 바라보는 인식과 시선에 대한 개인적 얘기가 하나 있다. 우리 원주의 진산인 치악산은 일 년에 수십만 명이 오르내리는 산이다. 그 비로봉을 오르내리는 길옆 돌에 새긴 글씨(황장금표黃腸禁標)가 있어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를 처음 확인한 사람은 역사박물관의 토요 인문학 강의를 열심히 듣던 분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박물관에서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인 것 같다"고 했던 그분의 말이 기억난다. 지역 역사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가 높았던 한 시민에 의해 황장금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지역의 역사 인물인 운곡 원천석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절의(節義), 은일(隱逸), 치악산은거(雉嶽山隱居)' 등이다. 이렇게 인식된 데에는 관찬사서(官撰史書- 나라에서 주도한)로 오운(吳雲)이 저술한 동사찬요(東史簒要) 고려사 절의 편에 원천석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동사찬요는 1609년(광해 1)에 계림부(鷄林府)에서 처음 간행했다가 1614년에 한백겸(韓百謙)의 충고로 지리지(地理志)를 첨가하고, 길재(吉再) 등 고려 말의 은자들을 추가해 개찬한 역사서다. 이때 한백겸이 운곡의 행록과 시사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적어 오운에게 평가해 줄 것을 재삼 요청하여 동사찬요의 절의편 기록에 남김으로써 세상에 운곡 원천석의 모습을 오로지 절의 인물로만 인식되게 한 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운곡학회에서는 국가가 바라본 절의 인물 인식 측면에서가 아니라 시골의 지식인인 운곡 원천석의 삶은 어떠했을까?라는 측면에서 살펴본 '운곡평전(耘谷評傳)'을 출간했다. 시골의 한 지식인이 쓴 일기 형식의 시(詩)가 역사가 된 그 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원주얼교육관은 4월 13일부터 5회에 걸쳐 이를 집필한 교수를 모시고 강의를 진행한다. 인물을 바라보는 문화적 시선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다. 

 운곡 원천석에 대한 인물 선양을 다루는 우리 지역의 문화적 시선에 대한 아쉬운 소식을 접하면서 새로운 역사 인물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강의에 많은 시민이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진 전 원주역사박물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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